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두 번째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서울중앙지검 제외 서울 소재 검찰청) 인권감독관들이 고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사실상 ‘좌천성’ 발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선 정부의 인권 강화 기조 속에 신설된 만큼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던 인권감독관이 정작 인사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과 재경지검 인권감독관들은 대거 서울고검과 대구고검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에 대한 진정 사건을 맡았던 이용일(52·사법연수원 28기)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이동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대한 비판 댓글을 달았던 이영림(49·30기)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그는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고 썼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직제개편 등에 쓴 소리를 했던 검사들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인권감독관으로 전보 조치됐다. “직제개편안은 검사가 만든 것인가.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정유미 (48·30기) 대전지검 형사2부장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지난해 대검찰청에서 감찰1과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했던 신승희(49·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은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발령 받은 뒤 사의를 표했다.
이번 정권에 만들어진 인권감독관이 정작 인사에선 중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인권감독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인권 기능 강화 방침에 따라 신설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없는지 감시하고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는 차장검사를 대신해 공보기능까지 맡고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권감독관들은 대부분 ‘좌천성’ 인사를 받았다”며 “인권감독관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인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인권감독관이 좌천성 인사의 새로운 루트로 이용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국 인권감독관들은 한직으로 불리는 고검이나 중요경제범죄조사단(중경단)으로 보직 이동됐다.
일각에선 한 전 총리 사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대검 인권부에 한 전 총리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윤 총장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인권부는 법무부가 주도한 직제개편에 따라 폐지됐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