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30일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기로 한 가운데, 한 전공의가 “이 정도면 됐다”며 동료들에게 진료 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30일 온라인에서는 전날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 계정에 익명으로 게재된 기고글이 눈길을 모았다. 자신을 ‘전공의 1인’이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환자들이 기다린다.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어 달라”고 촉구했다.
A씨는 “의료 정책에 있어서 의사들 생각이 중요한 건 맞다”며 “그렇지만 (전 국민 중 일부인) 13만 의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4대악 정책’에는 의사, 의대생, 의대 교수뿐 아니라 공공 의대 설립 예정인 남원에 거주하는 8만여명의 주민, 첩약 구매를 원하는 국민, 한의사 등이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넓은 범위로는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온 사회에 영향을 줄 정책에 대해 특정 이익단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의사가 의료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 입장에서 의사 수를 늘릴 때 의사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원하는 대로 정부가 의협의 허락을 받아 합의안을 도출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고, 받아들여질 리 만무한 요구”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면 사회 전체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의료계가 하나의 목소리로 정부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집단행동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A씨는 “‘젊은 의사 단체행동’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행동이 의대생, 전임의, 교수님, 일선 의사 등을 움직여 한목소리를 낸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정부를 설득해 ‘협의하겠다’는 말도 얻어냈다.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4대악 정책’에 제동을 걸어 이후 의료 정책에서도 의사의 의견이 중요할 것임을 충분히 알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에서 의협과 협의할 것이며, 협의 중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전면적인 정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밤샘 논의를 거쳐 전공의 파업을 계속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의결권을 행사한 186명 중 파업 강행은 134명, 중단 39명, 기권 13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