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이 받은 볼…이다영·재영이 올리고 때렸다

입력 2020-08-30 15:54 수정 2020-08-30 16:07
위용 드러낸 '흥벤저스'. 한국배구연맹 제공

3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제천·MG 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여자부 개막전 경기 1세트 4-4 상황. 지난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MVP) 양효진의 강력한 서브를 10년 만에 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32)이 정확한 리시브로 받아냈다. 떠오른 공을 토스한 건 현대건설을 떠나 흥국생명으로 합류한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24). 쌍둥이 언니 이재영(24)은 빠른 스윙으로 상대 코트에 강하게 볼을 꽂아 공격을 마무리했다.

국가대표팀에서나 봤을 법한 공격 조합이 KOVO컵에서 첫 선을 보였다.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이 결성한 ‘흥벤저스(흥국생명+어벤저스)’는 배구 팬들의 기대감을 상회할 정도로 강력한 위용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V-리그 ‘1위팀’ 현대건설을 상대했음에도 공격·수비·높이 등 모든 부분에서 압도하는 모습. 흥국생명은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3대 0(25-15 25-13 25-22)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연경이 일본 JT 마블러스에서 임대 선수로 뛰던 2010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KOVO컵에 참가해 우승을 이끌고 MVP를 차지한 뒤 3647일 만에 치르는 복귀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올림픽 예선에서 복근 부상을 입어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힘들 걸로 보였던 김연경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단 소식만으로도 배구 팬들이 열광할 정도였다.

여기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건설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세터 이다영이 김연경·이재영 등 국가대표 레프트와 외국인 라이트 루시아가 포진한 ‘화끈한’ 공격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 대상이었다.

공격하는 김연경(오른쪽).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국생명의 전력은 예상보다도 더 강했다. 매 세트 현대건설을 압도하며 승부를 약 1시간20분 만에 끝냈을 정도. ‘에이스’ 이재영이 서브 에이스 2개 포함 19득점(공격 성공률 43.58%)으로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루시아(9득점) 이주아 김세영(이상 7득점)에 김연경(7득점·성공률 41.66%)까지 거를 선수가 없었다. 이재영(2개)과 원 포인트 서버로 기용된 박현주(1개)등이 효과를 발휘한 서브 득점에서도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을 7-2로 크게 앞섰다.

공격만 강점은 아니었다. 김세영(190㎝) 김연경(192㎝) 루시아(196㎝) 이주아(185㎝) 등 장신 선수들로 블로커 라인이 구성되면서 높이(블로킹 득점)에서 현대건설을 8-4 더블 스코어로 압도했다. 짜임새 있는 수비 또한 흥국생명의 강점이 됐다. 주전 자리를 꿰찬 리베로 도수빈(리시브 효율 35.29%)이 파이팅 넘치는 디그와 리시브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김연경(54.55%) 이재영(37.5%)까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면서 현대건설은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지 못했다. 2세트 18-12 상황에서 이어진 긴 랠리에서 도수빈-이재영-김연경이 펼친 끈끈한 수비에 힘입어 흥국생명이 포인트를 얻은 장면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범실 수(19-15)에서도 흥국생명에 밀렸다.

터키 무대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레프트 루소(29·벨기에)가 공·수에서 보인 기대 이상의 활약이 현대건설의 유일한 위안거리였지만, 2세트 후반 블로킹을 하다 부상을 입는 악재까지 겹쳤다. 현대건설이 3세트 후반까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정력 부족으로 한 세트 더 승부를 끌고가지 못했던 이유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아직 제 실력의 50%도 못 보여줬다”며 “(다른 팀들과의) 남은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