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무료검사를 하기로 하자 내부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29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오는 1일에 시작되는 코로나19 무료검사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11시간 만에 22만명이 신청했다. 홍콩 인구는 약 725만명이다. 신청자는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이다. 홍콩 정부는 이번 검사가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 감염 확산의 고리를 끊어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홍콩 시민과 전문가들은 이번 검사에 의문점이 많다며 여러 의혹을 제기한다. 당국이 목표로 하는 ‘전 시민 검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검사를 둘러싸고 홍콩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수집된 생체정보가 중국으로?
가장 큰 의혹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채취된 홍콩 시민의 생체정보가 중국 본토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에서 160여명의 검사 인력이 홍콩으로 파견됐다. 이에 앞서 광둥성 바이러스 전문가 60여명도 홍콩 땅을 밟았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 홍콩의 검사를 돕기 위해 총 600명 규모의 파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으로의 생체정보 유출 의혹은 한층 커졌다. 중국에서 파견된 의사, 보건전문가, 제약회사 등이 수집된 정보를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특히 일부 홍콩 민주화 운동세력은 검사 거부가 곧 중국에 대한 저항이라며 검사 참여에 부정적이다. 최근 홍콩 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됐다 풀려난 대표적 반중국 인사 지미 라이도 트위터에서 중국이 개입한 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검사에 대한 불응은 일종의 소극적 저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토머스 홍콩시티대 보건보안학과 부교수는 지난 28일 더 프린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의 검사 참여 여부는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콩 정부는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정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5일 “제기된 비방은 ‘사기’다. 검체가 홍콩 밖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정보는 한 달 이내에 폐기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진단 키트의 신뢰도?
홍콩에서 사용될 중국 BGI 진단 키트를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SNS에서 퍼지고 있다.
홍콩 네티즌들은 최근 스웨덴에서 발표한 중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오류를 근거로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스웨덴 공공보건국은 25일(현지시간) 중국 BGI의 진단 키트가 바이러스가 매우 적은 양성과 바이러스가 없는 음성을 구분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었다. 오류로 잘못된 진단 판정을 받은 사례는 약 3700건으로 알려졌다.
공공병원 심장전문의 알프레드 웡은 지난 28일 더 프린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본토의 검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홍콩에서 사용될 중국산 BGI 키트는 스웨덴을 비롯한 18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수천개의 거짓 양성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리 람 장관은 “양성 반응이 나오면 한 차례 더 검사해 정확도를 높이겠다. BGI의 검사 키트는 정확도 평가를 통과한 보통 이상의 것”이라면서 중국산 키트의 신뢰도 의혹을 해명했다.
대규모 검사의 필요성?
대규모 검사 자체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도시 전체의 검사를 위해 모이는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총알 낭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검사소가 학교 주변과 주택 밀집지역에 설치되자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아리시나 마 홍콩 공공의사협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사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이번 검사 계획 전반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면서 “전체가 아니라 노인이나 환자에게서 발병한 요양원 같은 고위험군 실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리 람 장관은 “하루에 두 차례 검사소를 소독하고, 검사 신청자들의 방문 시간을 분산시키는 등 노력하겠다”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이어 “(이번 검사는) 무증상 감염자를 조속히 찾아내 전염 고리를 끊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6세 이상 모든 시민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