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1.4년 동안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의 KB아파트 PIR 지수는 11.4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9.9)보다 1.5 높아진 것이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국민은행은 자사 부동산담보대출(아파트) 대출자의 연 소득 중위값을 가구소득으로 잡고, 대출 당시 담보 평가 가격 중위값을 주택가격으로 계산해 지수를 산출한다.
서울의 PIR 지수는 측정을 시작한 2008년 1분기(7.4)부터 2015년 4분기(8.5)까지 9.0 아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6년 1분기(9.0)에 처음 9.0 선에 올랐다. 2018년 3분기(10.1) 처음 10.0을 넘겼고, 작년 1분기(10.5)부터 올해 1분기(11.4)까지 5분기 연속 상승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며 PIR 지수도 11.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소득 증가 속도가 집값 뛰는 속도의 절반에 못 미치며 2년 전보다 1.5년 더 길어졌다. 2년 전에 비해 가구소득은 4624만원에서 5443만원으로 11.7%(820만원) 올랐는데, 주택가격은 4억5584만원에서 6억2000만원으로 36.0%(1억6417만원) 상승했다.
서울의 주택구매 환경은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열악했다. 올해 2분기 경기도의 아파트 PIR은 8.0으로 2년 전(7.8)보다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인천의 아파트 PIR도 7.5로 2년 전(7.4)보다 0.1 상승했다.
서울 거주 가구는 경기·인천 거주 가구보다 소득 수준이 높고 소득 상승 속도도 빠르지만, 아파트값이 뛰는 속도가 두 지역보다 빨라 내 집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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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