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래식계를 주름잡은 에이전시 미국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CAMI)가 폐쇄 절차를 밟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자랑해온 기획사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세계 클래식계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가 29일(현지시간)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회사가 당장 31일부터 문을 닫는다는 통보를 기습적으로 보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30일 보도했다. 1930년 12월에 설립된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비롯해 뉴욕 필하모닉의 레너드 번스타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제임스 레바인 등 수많은 거장을 대표해온 세계적 클래식 에이전시로 꼽힌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반 클라이번, 성악가 레온타인 프라이스, 레나타 테발디,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마리안 앤더슨 등도 이 에이전시를 거쳤다.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는 해당 성명에서 “자산을 청산하고 질서 있는 파산 절차를 위한 계약을 맺었다”며 “우리는 아티스트들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한 연착륙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봄부터 세계 클래식계는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이 전례 없는 무기한 고용 중단을 선언했고, 미국 등 세계 예술단체들도 급여 삭감 등 자구책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벤자민 그로스베너, 올리 무스토넨, 조수미 등이 소속된 영국 공연기획사 하자드체이스 역시 파산절차를 밟아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역시 “장기적인 유행병 환경을 견뎌야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재정 규모나 영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폐업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등 국제적 인지도의 아티스트들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이 성명 외에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의 추가적인 설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