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북한 같은 열병식’ 원했다”

입력 2020-08-30 10:37 수정 2020-08-30 11: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그의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획했던 스테퍼니 윈스턴 울코프. AP,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식 때 ‘북한식 열병식’을 원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과거 ‘절친’이자 이벤트 기획자로서 2017년 취임식을 기획했던 스테퍼니 윈스턴 울코프의 회고록 ‘멜라니아와 나’의 초판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울코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울코프, 장녀 이방카와 취임식 퍼레이드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는 탱크와 헬리콥터를 원한다. (퍼레이드를) 북한처럼 보이게 하라”고 요구했다.

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다리를 굽히지 않고 높이 들면서 행진하는 군인과 무장한 탱크를 원했을까”라면서 “(취임식에 군인과 탱크가 등장했다면) 전통이 파괴되고 나라 절반이 경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열병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프랑스 방문 당시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축전 열병식을 보고 감명을 받은 뒤 결국 작년 7월 독립기념일 기념식 때 첨단무기를 동원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스타로 만든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제작자 마크 버넷이 취임식 때 드론을 이용해 하늘을 밝히는 구상을 내놨으나 안전 문제로 실현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또 트럼프 선거캠프 부본부장이었던 릭 게이츠를 비롯한 취임식 기획단이 ‘트럼프 대통령이 수행단을 이끌고 취임식 직전 2∼3일에 걸쳐 미 대륙을 차로 횡단하는 계획’을 검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이 자신이 이사로 있는 뉴욕시 맨해튼의 명문 사립학교 ‘컬럼비아 그래머 앤드 프리패러터리 스쿨’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배런이 입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벤트 기획자 출신의 울코프는 뉴욕패션위크 총감독을 지낸 사교계 저명인사로 2017년 초부터 2018년 2월까지 멜라니아 여사의 자문을 맡아 무보수로 일했다. 그러나 울코프의 회사가 대통령 취임식을 도우며 2600만 달러(약 308억원)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출판사는 울코프의 회고록이 그가 당한 ‘배신’에 대한 응답이라고 했다. 울코프는 회고록에서 “멜라니아와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이방카가 TV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작전을 벌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