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격 사퇴를 두고 일본 주요 언론들은 장기 집권이 낳은 폐해가 한계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권력 기반을 누린 것 치고는 성과가 아쉽다는 진단과 함께 정치 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9일 ‘아베 정치의 폐해를 청산할 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 사임을 계기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일본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논평했다.
아사히는 “퇴진의 직접 이유는 불과 1년 만에 정권을 팽개쳤다고 비판을 받은 1차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지병이지만, 장기 정권의 교만이나 해이로 인해 정치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 민심이 떠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매체가 거론 사례는 정부 공식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정치적으로 사유화했다는 논란, 사학재단 유착·공문서 변조 의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숙 등이다.
아사히는 이어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차기 총리가 될 다음 총재를 뽑을 때 “아베 정권의 정책적 평가뿐만 아니라 그 정치 수법, 정치 자세가 낳은 폐해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아베 1강’(强)이 오래 이어지는 동안 자민당 내에서 활달한 논의가 완전히 상실됐다며 “아베 정권의 공과를 확실히 검증하지 않고 정책 논쟁을 뒷전으로 돌리고 숫자 놀음으로 내달리려는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아베 내각의 난맥상을 거론하며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은 감염병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시모토 고로 특별편집위원은 기명 칼럼에서 “지지율 하락은 ‘벚꽃을 보는 모임’이나 사학재단 관련 의혹의 영향이 크다”며 “거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직함’이며 (아베 정권이) 성실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국민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건강을 이유로 사임하겠다는 판단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제1차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임기 도중 사임으로 혼란을 낳은 것은 안타깝다”는 사설을 썼다. 아베 정권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한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지지율을 안정시켜 중·참의원 선거에서 여섯 차례 연속 대승을 거둬 국정 동력을 확보했음에도 경기는 1년 반 전부터 후퇴 국면에 들어가고 높은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경제정책의 성과도 내놓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내각 인사국에 인사권을 장악당한 간부 관료 사이에서 정권에 대한 아첨과 눈치 보기가 만연했다”며 “오랜 기간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정책이나 정치 수법의 면에서는 부정적 유산을 쌓아 올린 것이 실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아베 정권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산케이신문은 “종합적으로 안정된 국정운영이었다”며 “아베 정권의 업적은 역대 자민당 내각 중에서도 현저하다”고 칭찬하는 논설을 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