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부부와 40·10개월 두 자녀, 기저질환이 있는 친정어머니까지 일가족 5명이 ‘깜깜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왔다. 이들은 서울·수도권 병상 부족으로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난 23일부터 집 안에 갇혀 생활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온 가족이 코로나 19 확진 받은 저희가족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26일 등장했다. 글쓴이 A씨는 “남편과 40개월, 10개월 아이가 둘 있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의 친정어머니가 계신다. 온 가족이 밤이면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남편은 회사가 시청 부근인데, 광화문 집회 이후 혹여나 감염될까봐 회사에서 점심조차 먹지 않았다”며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회사와 집을 오가면서도 음식 포장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남편은 가족 중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처음 관련 증상을 보인 건 지난 21일 오후다. A씨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털어놨다. 그는 “(남편이) 밤 10시쯤부터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일찍 쉬겠다고 해서 (방에) 들어갔다”며 “큰 아이가 잠들어 아빠 옆에 눕히려고 들어갔는데 남편 몸이 너무 뜨겁더라. 그때부터 온 가족이 따로 생활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프다고 해서 일반 병원에 먼저 갔다가 남들한테 폐를 끼치는 상황이 올까봐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코로나19 검사를 하러 갔다”며 “지난 22일 검사를 했고 다음 날 양성이라는 결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청원글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모든 식구가 현관 입구에서 알코올을 뿌린 뒤 들어오자마자 외출복을 모두 갈아입고 샤워부터 했다. 식사도 돌아가며 하고 반찬도 덜어 먹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감염된 건지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고 썼다.
이들 가족은 남편이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곧바로 서로 분리된 생활을 해왔다. A씨는 “자가격리자분들처럼 식사를 쟁반에 담아서 비닐장갑을 낀 채로 문 틈새로 전달했다. 혹시 공기 중에 전달될까 싶어 알코올을 뿌리고 전화를 걸어 ‘문 앞에 놨어’ ‘다 먹고 문 앞에 뒀어’라고 서로 알렸다”며 “그럼 (모든 식기를) 팔팔 끓는 물에 소독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누구보다 철저한 생활을 했기에 다른 식구들의 감염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A씨는 말했다. 그는 “저희는 계속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병상이 없어 남편이 나갈 수 없으니 일단 검체 채취를 지난 24일 했고 그때도 모두가 정상 체온이었다”며 “당연히 전원 다 음성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받았는데 다음날 양성이 나와버린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지금도 현실이 믿기지 않으며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패닉 상태”라고 썼다. 환자가 나온 지 일주일이 다 돼 가는데도 병상 부족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기저귀를 다 떼지 못했을 정도로 어리며, A씨의 어머니는 눈과 입이 마르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을 앓고 있다. 또 뇌동맥 경화증과 인공관절 수술 경험으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A씨는 “제일 어린 10개월 아이와 보호자인 저만 병원에 갈 수 있고 나머지 가족들은 생활치료센터로 가야 한다고 한다. 어느 부모가 한 아이만 살리고 싶겠나”라며 “전화기를 붙잡고 울며 부탁드렸더니 이분 저분 바꿔 가며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하더라. 그러다가 아이 둘과 저까지 셋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저도 환자인데 케어를 해가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저는 병실 맨바닥에서 생활해도 괜찮고 병상 침대를 한 개만 배정해줘도 된다. 부디 두 아이와 함께한 병실에서 온전히 치료받게 도와달라”며 “집회 참여자들은 증상이 경미한데도 병상 배정이 되던데 저희는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인지 너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현재 이들 가족 모두는 고열, 두통, 오한, 설사, 복통, 인후통, 근육통 등 관련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복약 지도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주시거나 누군가의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저희가 지인들에게 약을 부탁한 뒤 공수해 먹고 있다. 그냥 일반 감기약, 저희 증상에 맞는 약을 구해 먹고 있다”며 “증상이 악화하니 보건소에 비대면 처방을 요청했는데 의사분들이 거절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약국에서 약을 사다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어머니가 너무 아프시다고 했더니 그때야 직원분이 ‘어머니 다니시는 병원에 의뢰해보겠다’고 해서 처방받아 가져다 주셨다”며 “어제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A씨는 “아직도 마스크를 안 쓰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이실 텐데 정말 안 된다”며 “저희처럼 어디서 어떻게 왜 생긴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 있으니 다들 조심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