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6번째 감각이란 존재할까요? 과학자들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여기서 육감이란 동물들의 화학적 신호 물질, 페로몬이죠. 페로몬은 독특한 향을 머금고 있어 짝은 끌어들이고, 적은 영역 밖으로 쫓아내는 기능을 합니다.
고양이는 대표적인 페로몬 동물입니다. 이들은 자기 영역 곳곳에 시큼한 향의 끈적끈적한 갈색 물방울을 뿌리는 이른바 캣 스프레이(Cat Spray) 활동을 합니다. 집고양이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가구, 벽지, 커튼 등에 캣 스프레이를 뿌리므로 고양이 집사들로선 꽤 골치 아프죠.
집사들을 울리는 고양이의 습성, 캣 스프레이와 그 예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앞니 뒤에 달린 ‘제2의 코’
고양이의 앞니 바로 뒤에는 작은 두 개의 구멍이 달려있습니다. 페로몬을 감지하는 제2의 코, 서골비(Vomernasal, VNO)입니다.
고양이는 자주 입 벌리고 찡그린 표정을 짓는데 이는 VNO로 공기를 흘려 넣는 행동입니다. VNO는 뱀, 생쥐 등에게도 발달해 있으며 인간에게도 코 1㎝ 안쪽에 직경 0.1㎜의 VNO 흔적이 남아있습니다만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칙칙, 여긴 내 땅”…캣 스프레이하는 이유
캣 스프레이는 왜 하는 걸까요? 세계적인 고양이 보호단체인 인터내셔널캣케어(Icatcare)는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합니다.
집고양이가 스프레이를 한다면 뭔가 불편함을 느끼는 겁니다. 예컨대 고양이가 두 마리 이상인 다묘가정에선 스프레이 행동이 자주 관찰됩니다. 아직 친하지 않아 서로를 견제하는 거죠. 특히 영역 본능이 강한 수컷 고양이들은 자주 스프레이를 뿌립니다.
길고양이가 나무, 전봇대, 울타리에 엉덩이를 바짝 붙였나요? 곧 페로몬을 발사할 겁니다.
캣 스프레이 & 소변 구분법
캣 스프레이와 소변 자세는 구별하기 쉽습니다. 고양이들은 소변볼 때 쪼그려 앉고, 캣 스프레이할 때는 꼿꼿이 선 채 꼬리는 하늘을 향해 높이 세웁니다.
소변은 배출량이 많지만 스프레이는 그 양이 절반 이하로 적죠. 집고양이가 스프레이를 선호하는 장소는 라디에이터, 가전제품, 커튼, 의류가 있습니다. 이를 닦아내려면 10%로 희석한 세제 용액을 이용하세요.
고양이 스프레이 행동을 줄이려면
스프레이 행동은 주로 성호르몬에 의해 촉진됩니다. 아기 고양이보다는 성묘, 암컷보다는 수컷이 10배는 더 자주 스프레이 행동을 합니다.
중성화 시술을 한다면 캣 스프레이 행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Icatcare는 “수컷 고양이 90%, 암컷 95%는 중성화 이후 스프레이 행동이 크게 줄었다”고 소개합니다. 또한 무분별한 번식 및 자궁축농증 등 비뇨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니, 중성화 시술은 그야말로 1석3조입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스프레이를 난사한다면
스프레이를 발사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성적인 성숙, 방광 질환, 과도한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죠. 반려묘가 스프레이를 시작했다면 수의사의 조언을 구하고, 각 경우의 수를 살펴보세요.
먼저, 고양이가 생후 6개월 전후라면 성적으로 성숙기라서 캣 스프레이를 곧 시작할 겁니다. 수의사의 조언을 받아 중성화 수술 일정을 잡으세요. 중성화 수술은 스프레이 행위를 막고, 가출·싸움·임신 등 각종 본능적인 행동을 예방해줄 겁니다.
둘째, 배뇨기관의 이상 여부입니다. 스프레이하는 고양이의 약 30%는 방광, 요도에 염증이 있답니다. 통증을 피해 스프레이 자세로 소변을 보는 것이죠. 수의사를 찾아가면 소변 검사를 도와줄 겁니다.
셋째, 스트레스 문제입니다. 고양이들은 본래 독립생활을 즐기며, 질병, 통증, 스트레스 징후를 숨기는데 탁월합니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야생에선 쉽게 공격대상이 되니까요. 때문에 집사들이 고양이 일상을 세심히 관찰해 이상징후를 파악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변수는 다양합니다. ▲다른 고양이와 갈등 ▲낯선 고양이의 침입 ▲갑작스러운 이사 ▲새로운 아기, 개의 등장 ▲보호자의 불규칙한 귀가 일정 ▲보호자의 물리적 학대 등이 있겠습니다.
이 중 다른 고양이와의 영역 충돌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화장실을 집사 기초 상식대로 ‘마릿수 + 1개’만큼 충분히 챙겨주세요. 집고양이가 창문 밖 길고양이들을 경계한다면, 유리 코팅·가림막 등으로 시야를 가려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