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D-3, 이 강아지를 살려주세요”
지난 17일, 여러 곳의 반려견 인터넷 카페에 돌아다닌 포스터입니다. 곧 다가올 운명을 모르는 듯 사진 속 강아지들은 활짝 웃고 있네요.
포스터를 만든 주인공은 전남 광양의 20대 직장인 박민지(가명)씨입니다. 그는 바쁜 회사생활에 지친 와중에 보호소 동물들을 만나며 큰 위안을 얻고 있었죠.
지난달 9일 한 고등학생이 갈색 강아지를 안고 보호소를 방문합니다. 생후 한 달은 지났을까. 젖니도 다 자라지 않은 어린 강아지. 녀석은 수줍게 앉아있다가 돌돌 말아둔 혓바닥을 사람 손바닥에 데구르르 내밀었어요. 몰래 자장면이라도 먹고 온 듯 입 주변이 까매서 더 귀여운 강아지. 민지씨는 녀석의 이름을 ‘짜장이’라고 지어줍니다.
민지씨는 주말마다 보호소에 갔고, 그때마다 짜장이는 무럭무럭 자라있었죠. 한 달쯤 지나자 첫 입소 때보다 키가 반 뼘은 더 컸답니다. 섭씨 37도를 웃도는 광양의 여름을 이겨내는 짜장이가 무척 기특했을 겁니다.
그러던 중 봉사자들이 ‘잔인한 시기’라고 부르는 복날이 다가옵니다. 복날 언저리엔 부모견을 잃은 어린 유기견들이 평소보다 2~3배 많이 버려집니다. 구조된 강아지들이 밀려들면 기존 세입자들은 방을 빼줘야 하고요. 결국 보호소 측은 눈물을 머금고 개들을 밀어내기식 안락사 처리합니다.
봉사자들 사이에선 “3일 뒤 아기 강아지들부터 차례로 안락사한다”는 안타까운 소문이 돌았습니다. 남은 애들과 작별인사하라는 암묵적인 신호였죠. 민지씨는 보호소의 어린 강아지들을 위해 ‘안락사 D-3’ 이라고 적은 입양홍보물을 매일 밤 인터넷에 퍼뜨렸습니다.
D-3, D-2…. 다른 아이들은 갈 곳을 찾았는데, 하필 짜장이 순번에서 입양 문의가 뚝 끊깁니다. 결국 D-1, 짜장이의 안락사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죠.
“며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렇지만 결정했어요.”
제보자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에서 짜장이를 구하기로 합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먼저 동물 입주를 금지한 건물주를 끈질기게 설득해야 했죠. 데려온다 해도 8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강아지가 잘 적응할지 두려웠고요.
또 다시 버려지는 줄로만 알았나봐요. 짜장이는 이동장에 들어가길 거부했어요. 그 마음을 눈치챈 제보자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짜장이를 품에 안아줬습니다.
그 뒤 짜장이는 어떻게 됐을까요?
짜장이는 제보자 집에서 무사히 적응을 마쳤어요. 성격이 얌전해서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 짖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대요. 배가 고프거나 변이 마려울 경우 허공에 ‘왕왕’ 두어 번 짖고 자리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죠.
짜장이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가족을 찾을 때까지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 채널을 구독해주고 알림 설정해주세요!
*죽음의 카운트다운에서 구조된 짜장이를 입양하실 분을 찾습니다
-생후 3개월이 갓 지난 암컷 강아지입니다.
-다 크면 10kg을 넘지 않는 앙증맞은 소형견이 됩니다.
-조용하고 얌전해서 아파트에 입양을 가도 소음 걱정이 없어요.
짜장이의 멋진 가족이 되어줄 분은 qkrgofl92@naver.com으로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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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