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정치 인생 마무리하는 이해찬 “남북관계 가장 아쉬워”

입력 2020-08-28 16:16 수정 2020-08-28 16:17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2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한다. 1988년 김대중 전 대통령 권유로 13대 국회에서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7선을 지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교육부 장관을, 노무현정부에서는 국무총리를 지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당대표를 맡아 176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32년 정치 생활 중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남북관계 교착을 꼽았다.

이 대표는 당대표 임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28일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32년 정치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확진자와 접촉했던 이 대표는 전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세인 만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 사회로 기자들과 전화 연결을 통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일정 기간 공인으로 살면서 많은 성원을 받았다. 이 성원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겠다. 다음 대표와 지도부에도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또 32년 정치인으로 살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충분히 만들고 싶었는데 지금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착상태에 있다고 해도 꾸준히 설득하고 대화해 나가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공직생활을 끝내고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할 수 있는 교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퇴임 후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맡는다.

2년 임기 중 가장 큰 공으로는 시스템 공천을 꼽았다. 이 대표는 “1988년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정당을 만들자는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 일찍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경선룰을 확정하고 시스템 공천을 했다”며 “현대화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 당원 의사를 즉각적으로 물을 수 있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만든 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았던 이 대표는 세 명의 대통령에 대해 “세 분의 공통점은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줄곧 설파해왔던 ‘20년 집권론’에 대해 “노무현정부가 재집권에 실패해 이명박, 박근혜정부로 넘어가면서 그동안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왜곡되는 게 매우 안타까웠다”며 “그때 생각한 것이 하나의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재집권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의 현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 등 거여(巨與) 독주라는 비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고 대화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시한이 정해져 있는 사안들은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매듭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추 장관이 여러 사법개혁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가 보기에는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권이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초 29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확진자 접촉으로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당분간 밀접 모임은 자제해야 한다. 이 대표는 “내일 전당대회에 오시느냐”는 물음에 “음성판정을 받아서 갈 수는 있는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