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월세 계약을 갱신시 임대료를 5% 이상 올리면 안 된다는 ‘전월세 상한제법’에 찬성표를 던지고 정작 본인은 아들 아파트 전세값을 4억원이나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세값 인상 8일 뒤 김 의원은 ‘보증금·월세 인상 제한법’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은 전세값을 올려 이득을 본 뒤에야 제한하는 법을 낸 것이다.
28일 KBS 보도에 따르면 당초 다주택 처분을 약속한 김 의원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자신의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18억2500만원 수준으로 호가는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아파트는 지난 12일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기존에 전세금 6억5000만원을 주고 살던 세입자가 나가고 10억5000만원에 새 세입자가 들어왔다.
지난달 말부터 시행 중인 기존 세입자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상 올려선 안 된다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 3법은 새 세입자를 받을 때는 ‘5%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김 의원의 경우 새로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은 것이어서 ‘5% 룰’을 피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김홍걸 의원 측은 “증여세로 6억원 이상 냈으며, 새 세입자와 맺은 전세금은 시세대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세금을 덜 내려 증여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는 “둘째가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다”며 “애들이 안쓰러우니까, 와이프가 둘째 명의로 (증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지난 20일 같은 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서명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개정안은 “현재 우리나라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수준이 주택가격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어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깡통전세·갭 투자로 인한 주택구조의 혼란과 임차인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신규 계약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여 기존 계약에 비해 보증금이나 월세가 과도하게 책정될 우려가 있다”며 “보증금이나 월세를 공시가격의 120% 이내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 산정률을 현행 연 4% 이내에서 연 2.5% 이내로 낮추겠다”고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의원이 증여로 취득세를 절감한 사실을 언급하며 “부동산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애당초 지킬 수도 없고 지킬 마음도 없었던 약속을 쇼처럼 하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규제를 교묘히 피해간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수십억 재산이 있는 데도 아파트 한 채 파는 게 그리 아깝나”라며 “앞뒤가 다른 이중성이 조국 뺨친다. 부디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비상대책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부친으로부터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고, 자식에게는 불로소득을 물려준다”며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