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시대, 교회는 왜 문을 닫지 않는가

입력 2020-08-28 14:55 수정 2020-08-28 14:58

박명룡 목사 (청주 서문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한참 진행 중인데, 왜 교회 문을 닫지 않는가?’ ‘이런 위험한 시기에 꼭 교회에 가야 하는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몇몇 교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왔고, 매스컴에 자주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나올 만하다. ‘이때 꼭 교회에 가야 하는가.’ 이 비판은 주로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기초를 둔 견해라 할 수 있다.

세상의 본질은 물질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세상은 물질과 정신이 긴밀히 연결되어 기능하고 있다. 인간은 육체와 신경조직체로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물질적·경제적 요인과 정신적 요소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그래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 요소도 포함한다.

예컨대, 60·70년대 한국의 발전을 주도했던 ‘새마을 운동’이든지, 70·80년대에 일어났던 ‘민주화 운동’ 등과 같은 사회 운동은 긍정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정신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변혁의 힘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상과 시대정신이 함께해야 한다. 따라서 이 세상은 물질적인 요소와 종교적 관점을 통합하여 생각할 때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여러분이 퇴근해서 집에 갔는데 화려한 만찬이 차려져 있다고 하자. 그 만찬을 보는 순간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무엇인가. ‘오늘 무슨 날이야. 왜 만찬을 준비했어?’ 또는 ‘저 음식을 어떻게 만들었지?’ 어느 질문이겠는가. 분명히 전자일 것이다. 세상의 현상에 대해 ‘왜’ ‘누가’를 찾는 것이 종교적 질문이다. ‘어떻게’ ‘무엇’에 대한 질문은 과학적 질문에 해당한다.

‘아버님의 생신 잔치 때문에 제가 만찬을 준비했어요’라는 아내의 설명을 들었을 때, 비로소 그 사건의 이유와 목적을 알 수 있다. 음식의 재료와 만든 방법에 관한 과학적 질문은 그다음 순서다. 이처럼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료와 방법을 따지는 과학적 질문만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을 묻는 종교적 질문도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로 사태 속에서도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종교 활동은 본질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10명이 넘는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자살한 사람은 적어도 6000명이 넘는다. 약 20배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다. 1년에 최소한 1만 3000명 이상이, 한 달에 1000명 이상이 자살한다.

2018년 경찰청 변사 자료에 의하면 자살 원인 1위는 심리적 문제와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가장 많았고(31.6%), 그다음 원인이 경제생활 문제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자살 시도는 약 2.5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사회에서 마음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고통받아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발생한다. 미국에서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 가운데 약물 중독으로 절망사 하는 사람이 2018년에만 해도 15만8000명이 넘었다. 많은 사람이 약에 취해서 죽고, 절망 가운데 죽고, 마음이 아파 죽는다.

세상에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은 채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받다 죽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면만 치중한다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 이 말씀은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목회 활동을 하다 보면, 절망 가운데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업 실패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어느 누가 이런 고통 가운데 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소망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이 땅에 세워진 교회다.

교회가 절망 속에서 소외당하는 이웃들을 돌보고, 희망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의 손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힘과 소망을 불어넣는 곳이 교회요, 예수 복음의 능력이다. 심지어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부활의 소망을 갖게 한다.

이뿐 아니라, 이 땅의 교회들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에 순종하여 사회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섬기며 삶을 희생하고 있는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이 땅에 존재한다.

지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치가 물질적·경제적 요소에만 집중한다면, 영혼 돌봄과 위로와 소망을 주는 종교적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교회는 이 땅에 희망과 영생을 주는 통로다. 하나님을 만나는 예배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힘과 영생의 소망을 경험한다. 예배(종교)와 방역(과학)이 함께 할 때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교회 문을 닫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