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만 다녀오면”…‘8월 제주’ 코로나19 비상

입력 2020-08-28 14:47 수정 2020-08-28 15:20

제주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제주는 지난 2월 첫 확진자 발생 후 8월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교회 발 집단 감염’이 수도권과 직접 이동이 많은 제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 보건당국은 확진자 수가 늘면 지역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제주에서는 지난 20일 휴가차 제주에 내려온 서울 직장인이 확진 판정받은 것을 시작으로 21일에는 그의 모친, 24~25일에는 경기도 용인 개척교회를 다녀온 목사와 그의 아내, 수도권을 다녀온 부부, 이 부부와 접촉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직원(수도권도 방문)이 줄줄이 확진됐다.

이어 26일에는 개발센터 직원과 대면한 맥줏집 운영자가, 27~28일에는 서귀포지역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와 직원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월 들어 최근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비교적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다.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고 지역사회 감염이 없었기 때문이다.

28일 오전 10시 기준 확진자 수는 37명으로 전국 대비(1만9077명) 0.2% 수준이다. 그마저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나 해외 방문자에 의한 직접 감염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딸을 만나러 제주에 내려온 이른바 ‘서울 광진구 확진자’ 사태로 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등 일대 혼란이 있었으나 지역감염 없이 가족과 지인 4명이 2차 감염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월별 확진자 수는 2월 2명, 3월 7명, 4월 4명, 5월 2명, 6월 4명, 7월 7명으로 2~3월 대구, 4~6월 해외 입국자와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사태 속에서도 제주지역 확진자 수는 한 자리를 넘지 않았다.

그러다 8월 들어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교회 발 수도권 감염 확산이 제주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확진자 11명 전원이 수도권에 다녀왔거나 수도권을 다녀온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로 확인됐다.

제주도의 경우 병원 학교 쇼핑 가족 만남 등을 이유로 서울을 찾는 도민 수가 많다. 여기에 제주로 오는 관광객이나 이주민 등 대다수가 수도권 출신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되고 신천지발 대구·경북 감염이 증폭하던 시기에도 제주에서는 수도권만 유지되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에서 하루 200~400명씩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제주 보건당국도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실제 지난 2~8월까지 대구 방문 이력을 가진 도내 확진자 수는 총 4명에 그쳤다.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된 후 제주에서는 8월에만 확진자 11명이 모두 수도권과 연관한 이들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36~37번째 확진자(도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직원)가 투숙객들과 함께 저녁 파티를 즐겼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간 우려했던 일명 ‘게하 파티’ 감염이 현실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해당 기간 투숙객 등 밀접 접촉자 파악에 나서는 등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숙박시설 ‘파티’ 단속에 돌입했다.

배종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그동안 제주지역에는 지역감염이 없었으나 앞으로 확진자 수가 계속 늘면 역학조사 과정에 공백이 발생해 경로를 찾을 수 없는 감염자들이 확산할 수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