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사건 ‘총체 부실’ 질타에도…경주시체육회 책임은?

입력 2020-08-28 14:31 수정 2020-08-28 18:33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故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팀 내 괴롭힘 끝에 목숨을 끊은 트라이애슬론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해 정부가 조사 결과 총체적인 부실과 관리 소홀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부처 담당자를 보직해임 했으나 1차적인 관리감독을 맡았던 경주시체육회 등에는 사실상 대한체육회에 ‘주의’를 요구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 밝혔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 차관은 “대한체육회는 최 선수 진정에 대한 상담 접수 및 조사 태만, 클린스포츠센터 운영·관리 부적정, 스포츠 인권보호대책에 대한 이행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면서 “대한철인3종협회도 가혹행위 제보를 묵살하고 가해자에게 제보 내용을 누설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에 따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엄중 경고조치를 하는 한편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해임 조치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한철인3종협회 직원 3명에도 수사 의뢰와 함께 중징계를, 클린스포츠센터장 등에도 중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문체부에서도 이영렬 체육국장을 즉시 보직해임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출범 예정인 스포츠윤리센터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기능과 인력 등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인력을 현 정원의 1.5배인 39명, 예산은 2배인 45억원으로 늘리고 다음달 초부터 신고 접수와 조사를 시작한다. 또한 스포츠 특별사법경찰 등 내용으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체부는 이번 조사 결과 경주시체육회의 잘못을 적발했음에도 이에 대한 인사조치는 거론하지 않았다. 기자단의 질문이 이어지자 문체부 관계자는 “경주시 팀 소속 실효팀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한 운영에 대한 위탁을 경주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1차적인 책임은 경주시체육회에 있다”고 답했으나 어떤 조치를 할지를 묻자 “경주시체육회장에게 주의 조치하도록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시체육회의 가장 큰 실책으로는 가해자인 자칭 ‘팀닥터’ 안모씨를 방치했다는 점이 꼽힌다. 게다가 문제의 경주시청 팀 관리 운영을 1차적으로 맡고 있다는 점 역시 책임을 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문체부 감사 담당자는 기자회견 뒤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주체육회가 팀 닥터 안모씨의 존재를 인지한 정황은 있지만 직접적 물증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선출직인 경주시체육회장에 명확한 법령 위반 등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그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지난달 안씨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며 “안씨 채용과정을 알 수 없다. 저희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경주체육회가 진작부터 안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증언은 이미 수차례 알려진 바 있다. 한 선수 학부모는 “안씨를 포함한 경주시청팀이 경주시체육회 사람들과 회식 자리를 가진 것도 여러차례였다. 대회를 마친 뒤에도 수차례 술자리를 했다”면서 “경주시체육회에서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준기 회장은 지난달 8일에도 경주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 출석해 “최 선수가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가해자) 김규봉 감독에게 보낸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내용을 공개하면 흐름을 알 수 있지만 선수 보호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공개하지 못한다”면서 “고인도, 선수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심정을 알아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김 감독의 가해사실 관련한 여태까지의 보도에 다른 맥락이 있다는 걸 암시하는 발언이었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