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없어요” 응급실 찾아헤맨 3시간, 40대 허망한 죽음

입력 2020-08-28 09:18 수정 2020-08-28 09:46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 가운데 약물을 마신 40대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길거리에서 3시간을 허비한 남성은 허망하게 생을 마감했다.

28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1시23분쯤 부산 북구에서 A씨(40대)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앞서 음주단속에 걸린 A씨는 경찰관과 함께 치안센터로 임의 동행하던 중 “볼 일이 있다”며 집에 들렀다가 갑자기 약물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119구급대원은 위세척 등 응급처치를 해줄 병원을 찾았지만 대부분 전문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시간이 지체되며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가 다행히 북구 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심장박동을 겨우 회복했다.

지난 27일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 세브란스 병원 응급진료센터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A씨는 추가로 약물 중독 증세를 치료할 병원을 쉽게 찾지 못했다. 119구급대원이 1시간 20여분 동안 부산·경남의 대학병원 6곳, 2차 의료기관 7곳에 20여 차례나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치료 인력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소방방재청을 통하는 우여곡절 끝에 치료가능한 병원을 확인한 건 다음날 새벽 오전 1시쯤. 그마저도 부산이 아닌 울산의 대학병원이었다. 구급차에 실려 울산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A씨는 겨우 치료를 받았지만, 길에서 3시간가량을 허비한 터라 곧 중태에 빠졌다.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치료를 받던 A씨는 결국 지난 27일 오후 숨을 거뒀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