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는 가운데 진보 측 교계 지도자들이 “교회가 방역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어선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육순종 총회장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개신교회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 생명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함에도 일부 교회는 방역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어 (성도들에게) 혼란을 줬다”며 “교회가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의 매개체가 돼 송구하다”고 밝혔다.
육 총회장은 “생각보다 많은 한국 교회가 ‘대통령은 종북이고, 공산주의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며 “이들은 그래서 정부가 교회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대해 정부는 교계에 어떤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 총무는 “생명의 안전을 담보로 방역을 정치쟁점화하고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아 저항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른바 ‘전광훈 현상’은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적 선전선동에 세뇌되고 동원되는 무지한 대중을 생산해 냈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해, 설정된 의견과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양산하면서 탈진실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며 “생명의 안전을 위한 방역과 평등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들이 가짜뉴스에 의해 좌절을 경험하지 않도록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어딘지 발본색원해 엄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육 총회장은 간담회 관련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SNS을 통해 “대통령과 만남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온다”며 “좋은 의견들도 많이 개진됐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자리였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전달이 안 돼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육 총회장은 “대통령 모두 발언, 한교총 대표회장의 모두 발언 후 다른 대화를 비공개로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며 “최소한 한국교회 양대 연합기구인 한교총과 NCCK의 입장이 함께 모두 발언으로 나갔더라면 균형이 맞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