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던 펜션 예약 사흘 만에 ‘제로’… 여행업계 또 패닉

입력 2020-08-30 00:05

강원도 강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장모(42)씨는 예약 관리를 하는 노트북만 들여다보면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지난 주말까지 꽉 차 있던 예약이 이번 주 들어 사흘 만에 모두 취소됐기 때문이다.

장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이동 자제 권고에 도움이 되고자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고 있지만 당장 다음 달 생계가 걱정되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며 “휴가철에 최대한 펜션을 돌려야 나머지 비수기 계절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남은 기간을 어떻게 넘겨야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휴가철 성수기에 전국으로 재확산되면서 여행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숙박 예약 취소 수수료를 받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영세 숙박업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막으려면 일단 여행 등 국내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등 방역 당국은 연일 “가족 및 친구와의 모임과 여행 등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5일 숙박업소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한 예약 대행 앱 모바일 메신저 상담센터를 이용했지만 답장이 이틀 만에 도착했다. 독자 제공

방역 당국의 권고가 있자 예약을 취소하려는 이용자와 예약 대행업체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원 이모(29)씨는 지난 25일 한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에 전화를 7번이나 건 뒤에야 간신히 예약을 취소했다.

앱에 탑재돼 있는 모바일 메신저 상담은 먹통이 된 지 오래였다. 간신히 연결된 고객센터 상담사는 “펜션 측에서 수수료 50%를 요구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예약 대행 앱은 숙박업소가 정하는 취소 기준을 그대로 따른다.

이씨는 “정부가 수수료를 받지 말자고 하지만 펜션을 운영하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라면서도 “돈 한 푼이 중요한 시점에 왜 정부가 정책을 통일하지 못하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숙박을 포함한 할인 쿠폰을 대규모로 푼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호텔‧펜션과 기타숙박시설 상담증가율이 한 달 전보다 각각 75.1% 45.6% 증가했다. 대부분 예약 취소의 어려움과 취소 위약금으로 인한 상담사례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숙박업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이 있지만 이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준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