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관전평 “노골적 메시지 대신 은근한 불이익”

입력 2020-08-27 18:0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단행한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인사에서는 그간 검찰 간부 인사 때마다 제시됐던 노골적인 메시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정권 수사를 담당했던 이들이 예외 없이 한직으로 이동했다면, 이번에는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 대검찰청을 채운 중간간부들을 두고도 법조계는 “색깔이 없는 이들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다만 여러 간부들의 행선지를 놓고 뒷말이 없진 않았다. 그간 정치권과 법무부의 처사에 대해 쓴소리를 냈던 이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는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긴밀히 호흡하다 지난겨울 지청장으로 옮겼던 몇몇은 이번 인사에서 이동하지 않았다. 이들의 유임을 두고서도 “인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은 불쾌할 것”이라는 관전평도 나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근무 인연이 있던 이들 일부가 전진배치된 모양새”라고 인사를 총평했다. 이 같은 평가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신임 차장검사들을 놓고 이뤄졌다. 4차장에서 이동하는 김욱준 신임 1차장은 애초부터 이 지검장의 ‘브레인’으로 통했다. 법무부 대변인 출신인 구자현 신임 3차장, 의정부지검에서 이동하는 최성필 신임 2차장도 이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지검장과 손발을 맞춰온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을 떠나서도 승진, 요직을 맡았다는 평가다. 증권범죄 수사를 사실상 총괄하게 될 오현철 신임 서울남부지검 2차장의 경우 직전까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장으로서 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통솔했던 김형근 신임 서울북부지검 차장은 이동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 사건 등을 지휘한다.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독직폭행 논란 속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대립할 때 법무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던 이들은 다소 불쾌한 결과를 받아들었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비슷한 곳들 가운데서도 조금은 아쉬운 근무지로 보냈다는 얘기다. 윤 총장의 ‘입’ 역할을 한 권순정 대변인의 경우 전주지검 차장으로 이동하는데, 전주지검은 비교적 작은 검찰청으로 분류된다.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부장검사직이긴 하지만 ‘하방’인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박 과장은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많은 의문을 제기한 이로 꼽힌다.

지난 1월 ‘대학살’로 회자된 검찰 인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을 떠나 지방으로 향했던 이들은 모두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신봉수 평택지청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한석리 대구서부지청장은 기존의 근무지를 떠나지 않게 됐다. 법조계는 이들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이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이 유임된 점을 의미 있게 보는 분위기다. 한 전직 검사는 “의도적인 배제는 치욕이라고도 본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에서 소신 있는 태도를 취했던 이들은 또다시 이동했다. 박재억 포항지청장과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은 모두 인권감독관이라는 새 보직을 받아들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반발에 따라 어느 정도 조율된 흔적이 엿보이나, 만족할 만한 인사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중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