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병상도 없는데, 비수도권 확진자 100명 돌파

입력 2020-08-27 17:35
27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가 폐쇄 조치돼 있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30명이 넘는 교인이 감염됐다. 연합뉴스

비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개월여 만에 100명을 넘겼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가 전국으로 퍼진 것 외에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새로운 집단감염이 종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7일 0시 기준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가운데 비수도권이 121명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확진자가 100명을 넘긴 건 3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한 차례 대유행을 겪은 대구에선 지난달 3일 연기학원으로 인해 14명을 기록한 후 이날 다시 두 자릿수(12명)로 반등했다.

비수도권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사랑제일교회와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 여파가 전국 곳곳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까지 집계된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959명 중 66명이 비수도권이다. 이들은 부산(4명)과 대구(12명), 대전(3명), 강원(9명), 충북(1명), 충남(18명), 전북(8명), 경북(10명), 경남(1명)에서 확인됐다.

광복절 집회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누적 확진자가 각각 161명, 112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부산(7명)과 대구(9명), 광주(42명), 대전(6명), 울산(4명), 강원(5명), 충북(10명), 충남 (8명), 경북(13명), 경남(8명) 등 분포 지역도 사랑제일교회보다 넓다.

광복절 집회는 광주에서 새로운 집단감염도 일으켰다. 방대본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에 갔던 확진자가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 소재 성림침례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이 확진자는 지난 18일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됐는데 증상 발현 전인 16일은 물론 발현 후인 19일에도 예배에 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회에서 확인된 누적 확진자는 31명이다. 교인 수가 600여명에 달해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광주시는 광복절 집회발 코로나19뿐 아니라 지역 탁구클럽에서도 1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2단계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고위험시설 위주로 내려진 집합금지 조치를 중위험시설(놀이공원, 공연장, 목욕탕 등)까지 확대하고 종교시설에 대해선 대면 예배와 소모임, 식사를 전면 금지했다. 경로당과 어린이집, 공공시설의 운영이 중단됐으며 노인요양시설 면회도 금지됐다.

강원도 원주에선 기존의 집단감염인 실내 체육시설과 관련해 자가격리 중이던 7명이 추가로 확진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64명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비수도권에 대한 거리두기 2단계 적용이 수도권보다 늦었던 만큼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의료 환경이 열악해 수도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신천지 집단감염 때에도 병상은 확보됐지만 중환자를 다룰 전문 의료인력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다”며 “지방의료원 의료진의 전문성이 (수도권보다) 취약한 게 현 실정”이라고 했다.

중증환자를 수용할 병상 확보도 관건이다. 전날 기준 광주와 강원도, 충남과 전북에는 남아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이 없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특정 시·도의 병상이 부족해지면 인근 시·도의 병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권역별 병상 공동활용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