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도 재택! 정부 지원사업에 중기 2300곳 몰려

입력 2020-08-27 17:26 수정 2020-08-27 17:28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에 재택근무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실시하고 싶어도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대면 근무방식으로의 전환에서 뒤처져있던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계기로 변화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비대면 근무방식의 필요성을 절감한 약 2300개의 중소기업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지원사업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접수를 시작한지 일주일여만이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이날 오후 3시 기준 2277개의 중소기업이 신청했다. 접수는 지난 19일 시작해 예산 소진시까지 진행되고 있다. 화상회의, 재택근무 등의 비대면 서비스 도입을 위한 인사·노무·보안 컨설팅 비용으로 기업당 최대 400만원(자부담 10% 포함)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비대면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은 지난 24일 신청접수를 마감했다. 6개의 서비스 분야에 각 50개사 내외로 선정되는데 613개의 기업(서비스 기준 964개·신청 분야 3개까지 가능)이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거치게 될 전망이다.

중기부는 이 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지난 7월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2880억원을 확보했다. 온라인·비대면 서비스(플랫폼)를 보유해 제공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공급기업)과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중소·벤처기업(수요기업)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수요기업은 400만원 한도 내에서 공급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중기부는 다음달 7일까지 공급기업을 확정하고 ‘K-비대면 바우처 플랫폼’을 통해 9월 중순쯤 공개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점차 확산되는 코로나에 경각심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아직 공급기업이 선정되지 않았고, 시스템도 오픈되지 않았는데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소기업은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비율이 낮았다. 지난 25일 사람인이 3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 실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 57.3%가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한데 비해 중소기업은 30.3%로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유연근무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로는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54.6%·중복응답)가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중소기업 스마트워크 구축현황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68.1%는 스마트워크 활용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스마트워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장소에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 형태로 재택근무, 이동(모바일)근무 등이 해당된다. 스마트워크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자금부담(25.2%), 업무특성상 활용불가(23.3%)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의 한 디자인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성모(34)씨는 “작업데이터를 클라우드시스템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충분히 재택근무가 가능한데도 회사는 도입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시스템 구축에 돈과 시간이 드니 코로나로 줄어든 지출을 더 늘리기가 부담스러워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중소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58)씨는 “유통업 특성상 직원들이 직접 납품을 하고 있어 재택근무를 할 수가 없다”며 “지금으로선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직원들끼리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밖에 수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들의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기간 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스템 개발이 아주 빨라도 4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현재는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해 2개월 안으로 완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