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이겼다?…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에 후속조치 주목

입력 2020-08-27 17:13 수정 2020-08-27 17:19

금융 당국이 다음 달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27일 전격 결정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 당국은 일단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결정을 먼저 내린 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개선 등의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을 요구해 온 이른바 ‘동학 개미’들은 이 같은 결정에 환영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면으로 임시 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3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금융위는 다음 달 8일 증권학회가 주관하는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다음 날인 9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까지 연장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위는 지난 26일 정례 회의가 끝난 뒤 공매도 연장 여부에 대해 별도의 논의를 진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날 오후 금융투자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주식시장이 끝난 뒤 서면으로 공매도 연장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다음 달 16일부터 6개월 간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 종목 전체에 대해 추가 적용된다. 상장기업의 1일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를 완화하는 조치도 같은 기간 동안 연장된다. 또 증권회사의 신용융자담보주식 반대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도 면제하는 조치도 6개월 간 연장된다.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를 견인해 온 동학 개미들이 사실상 ‘판정승’을 거둔 모양새가 됐다. 이들은 국내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은 위원장은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조치가 개인 투자자의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다면 마땅히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 당국의 전향적 결정에 감사드린다”면서도 “무차입 공매도(빌리지도 않은 주식으로 매도 계약 체결) 적발 시스템을 가동하고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의 조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