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 30년 만에 대폭 손질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북한 주민 접촉 절차 간소화 등 완화된 규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최근 급격히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개정안 원안을 마련하고 내용을 사전 설명했으나 이번에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원안보다 후퇴한 측면이 적지 않다.
통일부는 우선 개정안에 넣기로 했었던 ‘북한 주민 접촉 신고 간소화’ 규정을 제외했다. 당초 통일부는 우리 국민이 교류협력을 이유로 북한 주민과 만남을 원할 경우 이를 신고만 하면 효력을 갖도록 하는 안을 준비해 사전 설명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이상 아직은 균형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교류도 중요하지만, 교류협력 또는 우발적 만남을 가장해 북한에 민감한 정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군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지시로,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 관계 정세 변화는 개정안 토의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남북 관계 진전 등 상황을 보고 재검토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수교역업체 인증제’ ‘북한 지역 사무소 설치’ 등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인 제기된 조항은 유지됐다. 외교부는 해당 조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통일부에 전달했었다.
이 당국자는 “미래에 벌어질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까지 규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봤다”며 “남북 교류협력 및 교역사업에 제재 문제가 있을 경우 현행법 15·18조 조정 명령에 따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