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화약고인 인종 차별 문제가 대선 정국에 또 다시 폭발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와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목소리로 “폭력은 중단돼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법과 질서”를 앞세웠고, 바이든 후보는 “정의”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자신의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인종 차별 문제가 양 진영의 정략적 계산과 맞물리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의 과잉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25일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만든 용의자가 17세 백인 청소년으로 밝혀져 미국 사회에 충격파를 던졌다.
이 용의자는 카일 리튼하우스로, 총격 직후 1급 의도적인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리튼하우스의 페이스북엔 경찰을 숭배하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자동소총을 들고 있는 사진과 경찰 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사진도 발견됐다.
미국에선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23일 어린 세 아들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항의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목이 눌려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또 다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지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 날인 26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했다. 펜스 부통령은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인종과 신념, 피부색의 미국인들을 위해 이 나라의 거리에서 법과 질서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러면서 “냉엄한 진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미국에서는 여러분들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바이든 후보를 “급진 좌파를 위한 트로이 목마”라고 부르면서 색깔론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미국 거리에서 약탈·방화·폭력·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州) 방위군을 (흑인 시위가 촉발된)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 방위군 투입 방침을 밝히면서 ‘법과 질서’를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피해자 블레이크의 부모와 누이 등과 대화를 나눴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블레이크 가족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필요한 폭력은 우리를 치유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폭력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힘을 모아 평화적으로 정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법과 질서, 애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펜스 부통령이 수락 연설을 한 맥헨리 요새는 1814년 미국이 영국의 공격을 막은 곳으로 미국 국가의 가사가 이 전투를 배경으로 나왔다. 장소 선정부터 애국심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펜스 부통령이 연설을 한 맥헨리 요새에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이날까지 전당대회가 진행된 사흘 내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