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을 중심으로 뚜렷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대책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6·17부동산대책 이후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패닉바잉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등 오를 만큼 오른 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것뿐이라는 것이다.
2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4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상승해 전주(0.11%)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광역시 상승세는 다소 커졌지만, 서울은 0.02%에서 0.01%로, 지방이 0.13%에서 0.12%로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오름세를 진정시켰다. 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서울은 7월말 이후 매매가격 안정세가 뚜렷하다. 서울과 인천이 진정세에 접어들 동안 수도권 상승세를 홀로 이끌었던 경기 지역도 8월 말부터 상승세가 완연히 꺾인 모양새다. 특히 세종은 이번 주 매매가격 지수가 0.66% 상승해 7월 말 3%대에 육박하던 고상승세를 한 달여 만에 진정시켰다.
정부는 최근 이런 통계자료들을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 효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정부 6·17대책 이후 7·10부동산대책, 8·4공급대책 등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법인 종부세 인상, 수도권 공급 강화 방안 등을 잇달아 밝히면서 무분별한 투기를 막는데는 일단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다르다. 규제를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매물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안정되지만 일단 관망세에 접어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매매가격의 안정세는 시장의 피로감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6·17대책 이후 거의 두 달간 패닉바잉이 지속하며 아파트 가격이 이미 오를만큼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이 조정을 거치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정부 부동산대책 이후 두달간 벌어진 혼란은 이미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단적으로 서울에는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늘었다. KB부동산 8월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37로 1년 전(4.62)보다 0.25 내려갔다. 5분위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 가격 격차가 크다. 서울 지역 중저가 아파트 상승률이 고가 아파트 상승률을 압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의 5분위 배율은 7.89로 2010년 1월(7.91)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6·17대책 이후 시작된 시장의 서울 중저가 아파트 매수세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의미다. 정부 부동산대책이 뒤늦게 효과를 발휘해도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이미 오른 상태에서 부동산대책의 효과를 언급하기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