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국악원 단원도 ‘개인레슨’ 의혹… 확진 국악고생 접촉

입력 2020-08-27 15:41 수정 2020-08-27 16:19
국립국악원 종묘제례악 무대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국립국악고등학교 학생과 접촉해 보건당국으로부터 검사 대상 통보를 받은 것과 관련, ‘개인레슨’ 의혹이 제기되자 국립국악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에게는 영리 목적 개인레슨이 엄격히 금지돼 있어서다. 최근 서울시향에 이어 국립국악원까지 단원 개인레슨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화예술계에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일어날 전망이다.

국립국악원이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남구 국악고 근처 개인 연습실에서 학생과 접촉한 단원 A씨는 오후 10시쯤 학생 어머니가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연습실을 폐쇄했다. 학생도 확진 판정을 받은 19일에는 A씨도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음성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에 “개인레슨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자세히 조사한 뒤 징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정부 방역 조치 강화로 18일부터 전체 재택근무에 들어간 상황이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선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들의 개인레슨이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드러나 잇따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무원에 준하는 복무 규정이 적용되는 국공립 예술단체 단원에게는 개인레슨 등 외부 수익 활동이 금지된다. 국립국악원 운영규정 제3장 제2절 제13조에 따르면 단원은 연주단 활동 외 영리 목적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대가성 외부활동을 하려면 국악원장에게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서울예고 학생을 개인레슨하다 감염된 서울시향 단원에 대해 서울시향에 엄격한 조사 및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국민일보 2020년 8월 25일자 단독 기사 참조).

이유는 단원들의 외부 수익 활동이 조직운영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흔들고, 단원 기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레슨 수익은 세금을 내지 않기에 탈세 문제로도 이어지기 쉽다. 국립국악원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A씨는 “영리 목적 레슨이 아니라 입시 상담을 해줬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A씨 문제를 두고 국악고 근처 개인 연습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서울 시내 예고와 음대에서의 연이은 확진자 발생은 서울시향이 있는 세종문화회관 뒷편, 예술의전당·국립국악원 건너편 악기거리 개인레슨 연습실과 관련이 있다. 국악고 근처에도 개인레슨이 이뤄지는 연습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악계 안팎에서는 국공립국악단 단원의 개인레슨이 부지기수라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국악계에 10여년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국립 단원이 되면 레슨 등 외부 수입을 통해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며 “직급이 높으면 레슨생도 더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국악연주자 B씨도 “학생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권위 있는 연주자들에게 배우고 싶어한다”고 했다.

국립국악원은 A씨가 자가격리를 마치는 다음 달 3일쯤 면담을 진행한 뒤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영리 목적 레슨이 확인되면 비위 정도와 고의성 여부를 따져 해고, 정직, 감봉·출연정지, 견책 중 하나의 처분을 받게 된다. 상급기관인 문체부도 이 사안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비위 사실이 발견되면 국민 정서에 맞게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립국악원 외 다른 국립 예술단체에도 개인레슨 등 단원의 외부 영리활동에 대한 자체조사를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