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남부 천혜의 섬 모리셔스 해역에 떼죽음 당한 돌고래들이 밀려오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사체 입안에 가득 찬 검은 기름 덩어리를 이유로 들며 “한 달 전 일본 선박 기름 유출 사고에 따른 환경 파괴 탓”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BBC는 26일(현지시간) 모리셔스 해변에서 17마리의 돌고래 사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섬 부근에 서식하는 쇠돌고래 종으로 추정된다. 현지 시민단체에 따르면 처음에는 돌고래들의 직접적 사인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일부 사체에서 상어로부터 공격당한 흔적이 확인된 탓에 일본 선박의 기름 유출과의 연관성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후 사체를 부검한 결과 돌고래 입속에서 검은 기름이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모리셔스에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수의 돌고래가 죽은 채 발견된 것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난해 5월 돌고래 두 마리가 동시에 죽은 것 외에는 나타난 적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리셔스 어업부의 확인 결과 현재도 많은 수의 돌고래가 약해지거나 죽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리셔스 정부와 일본 피해원조팀은 지난 24일 침몰된 일본 선박 ‘엠브이(MV) 와카시오’ 선체 앞부분을 바다에 수장시켰다. 모리셔스 국가위기관리위원회는 “추가 오염과 해상 교통 방해를 막기 위해 선박의 잔해를 가라앉히기로 했다”며 “프랑스 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그룹으로부터 어느 지역에, 언제 수장해야 하는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이 같은 모리셔스 정부의 계획에 반발했다. 그린피스 아프리카지부는 성명을 내고 “배를 침몰시키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엄청난 양의 중금속이 해양으로 번져 오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많은 어민과 전문가들이 배를 수장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는데도 당국이 나쁜 결정을 내려 화를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미쓰이상선이 운항 중인 와카시오호는 지난달 26일 모리셔스 해역에서 암초와 부딪혀 좌초됐다. 지난 6일부터는 손상된 배 뒤편 연료탱크에서 1000t이 넘는 중유가 바다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모리셔스 당국은 사고 해역에 오일펜스를 치고 긴급 방제작업을 벌였으나 기름은 바다·해안가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미쓰이 측은 배에 적재돼 있던 벙커시유 3800t과 디젤유 200t 중 1000t 이상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조사에서는 “와이파이에 접속하기 위해 육지(섬)에 접근했다”는 선원 진술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이때 말하는 ‘와이파이’는 일상에서 쓰는 통상적 개념보다는 로밍 수신호가 잡힐 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좌초 직전 내부에서 한 선원의 생일 파티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돼 근무 소홀 의혹까지 일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