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명예훼손’ 고영주 2심서 유죄…“사회적 평가 저해”

입력 2020-08-27 13:53 수정 2020-08-27 14:00
법정 향하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4일 한 보수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하는 등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과거 부림사건을 변호했고,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조사 결과 고 전 이사장은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과거 부림사건을 수사했던 나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다”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적화는 시간문제”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림사건은 지난 1981년 공안 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교사와 학생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과 고문을 통해 19명을 구속한 사건으로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2년 만인 2017년 9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1심은 고 전 이사장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 판단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며 해당 발언이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 명예훼손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 발언 중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이고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의견표명일 뿐이라는 고 전 이사장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부림사건 중 원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실에 기초한 공산주의자 취지 발언 역시 논리 비약으로 모두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념 갈등 등에 비춰보면 공산주의자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라며 “고 전 이사장 발언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볼 만한 근거는 고 전 이사장의 논리 비약적 증거 외에는 없다”면서 “고 전 이사장 명분과 달리 공동체 구성원 간 자유롭고 조화로운 공동생활을 어렵게 해 헌법 정신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발언이 문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입힐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연설 요청에 즉흥적으로 응한 결과라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을 결론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앞서 재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이 말한 것처럼 피해자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선고 결과에 대해 문 대통령 측 변호인은 “명예훼손의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고 전 이사장은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볼 수 없고, 청와대의 하명대로 한 것”이라며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