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퉁퉁 불은 손, 무릎 꺾여 ‘털썩’…의료진 사투 현장

입력 2020-08-27 09:40 수정 2020-08-27 10:24
의료진의 손이 땀 때문에 퉁퉁 불었다. JTBC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가 폭염 속에 고생하는 의료진의 고충을 전했다.

지난 2월 말부터 수도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해온 임상병리사 A씨는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확진자가 줄어든 7월 말부터 8월에는 하루에 20~30명 정도 검사했는데 요즘에는 70~80명 정도 검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인원을 그만큼 늘릴 수는 없다. 거의 하루도 쉬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과 레벨D 방호복은 A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는 “레벨D 방호복은 통풍이 안 된다. 여름에 우비 입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며 “땀띠도 되게 많이 나고, 더위도 먹는다. 지금은 너무 더워서 땀이 눈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진행자가 땀 때문에 의료진의 장갑 낀 손이 퉁퉁 불은 사진을 언급하며 “매일 손이 이런 상태가 되느냐’고 묻자 A씨는 “그렇다. 저희가 쓰는 장갑은 손에 딱 맞는다. 여유 있는 장갑을 쓰면 일할 수가 없다”며 “손에 딱 맞는 걸 하다 보니 그 안에 땀이 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울 때 어떻게 수분 섭취를 하느냐’는 질문에는 “빨대를 사용하는 음료를 마시기는 한다. 하지만 많이 마실 수가 없다. 물 마시는 게 되게 조심스럽다”며 “화장실 가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다. 옷과 방호복을 다 벗고 갔다 와서 또다시 착용하는 과정이 불편하다”고 했다.

지난 21일 전주의 한 소방서 앞에서 탈진해 쓰러진 의료진 모습. 연합뉴스

광주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20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 도중 이동식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피검사자는 힘든 의료진의 기운을 더 뺐다. A씨는 “순서대로 해드린다고 해도 일부 환자들은 ‘자기가 먼저 왔다. 순서를 안 지켜준다. 왜 저쪽부터 해주느냐’고 짜증을 낸다”며 “날씨가 더우니까 더위 때문에 (의료진에게) 짜증 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심시간 즈음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을 잘못 알고 오면 기다려야 하는데 오히려 ‘왜 빨리 안 해 주느냐’고 짜증을 낸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 검사를 받는 분들은 그렇게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어 ‘의료진으로서 마스크 안 쓰고 집회나 시위를 진행하고 (확진자인데) 도망치고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기밖에 모르는 것 같다. 최소한의 예의를 안 지키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며 “그분들 가족이 병원이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저렇게 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그냥 고생하십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저희에게 힘이 많이 된다”며 “방역 당국에서 지켜 달라고 하는 최소한의 지침은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의 인터뷰 내용대로 폭염을 견디지 못한 의료진의 탈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흥덕보건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30분쯤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하던 간호사 A씨가 구토·울렁거림·어지럼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오후 3시30분쯤에는 응급구조사 B씨, 오후 4시쯤에는 간호사 C씨가 비슷한 증세를 보여 차례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2일 전주시청 페이스북에는 ‘탈진해 무릎 꿇은 의료진’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전주 한 소방서 앞에서 푸른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구급차 뒷문에 몸을 기대더니 이내 쓰러져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