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에 대한 경찰의 과잉 총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총격 사망사건의 용의자가 평소 경찰을 숭배하던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레이크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전날 심야 시위 도중 총격으로 2명이 숨졌다. 밤 11시45분쯤 시위 참가자들이 자경단원으로 추정되는 무장한 남성들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총격이다.
일리노이주 앤티오크에서 체포된 용의자 카일 리튼하우스는 17세 소년이다. 평소 그는 SNS 등을 통해 경찰에 대한 과도한 애착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사회를 강타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항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 운동 구호를 여러 차례 게재했다.
그는 제복을 입거나 성조기 문양의 슬리퍼를 신고 소총을 쥔 채 찍은 사진도 여러 장 게시했다. 몇몇 외신은 리튼하우스가 “경찰을 숭배했다”고 표현했다. 리튼하우스는 블레이크 피격 사건을 계기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격화하자 총을 챙겨들고 자경단에 스스로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튼하우스는 전날 총격 사건 몇 시간 전에 무장대원을 자처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성향 미 인터넷매체 데일리콜러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다치고 있다.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누군가 다친다면 난 위험한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총을 가진 이유”라고 말했다.
당시 리튼하우스가 나이 많은 다른 무장대원과 어울리는 장면이 포착됐으나 자경단 정식 멤버인지는 불확실하다. 지역 자경단 ‘커노샤 경비대’는 전날 총격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이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