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집회→교회 콤보… 광주 슈퍼전파 부른 ‘거짓말’

입력 2020-08-27 06:41 수정 2020-08-27 09:49
26일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예배를 본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전날 교인을 상대로 야간 검체 채취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추정되는 광주 284번째 환자가 자신의 동선을 숨기는 허위 진술을 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 뒤 광주의 한 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본 사실을 숨겨 같은 교회 교인 28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2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광주 284번째 코로나19 환자로 분류된 60대 여성 A씨는 친구와 함께 지난 15일 무등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 광복절 집회에 다녀왔다. 이후 16일(오전·오후)과 19일(오후) 광주 북구 각화동 성림침례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봤다.

전남 화순군민인 A씨는 지난 17~18일 몸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다. 24일 화순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았으나 검사 대기자가 많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검체 채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A씨가 역학조사 과정에 동선을 숨겼다는 점이다. 교회에서 예배를 본 사실을 알리지 않아 ‘무더기 전파’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지난 15일 ‘화순 주거지에서 광주 무등경기장(광화문행 버스 대절)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는 실제 친구의 차를 타고 무등경기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친구 또한 지난 22일 양성 판정을 받은 광주 확진자로, 함께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

A씨의 거짓말은 지난 25일 성림침례교회 교인이 화순보건소에 제보하면서 탄로 났다. 방역 당국은 A씨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교인 620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교인 28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전체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씨는 증상 발현 전후인 18, 20, 21일 화순과 광주의 병원·약국을 잇달아 찾았고, 23일 오후 3시부터 1시간가량 화순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A씨가 확진 뒤 동선을 제대로 알렸다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A씨에 대한 고발 조치와 구상 청구를 검토 중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숨길 경우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