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죽이지 마세요’ 美시위 격화… 시위대 2명 총격에 숨져

입력 2020-08-27 00:01
2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케노샤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한 아이가 '아빠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백인 경찰들의 총격에 비무장 흑인 남성이 중상을 입은 데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격화되는 가운데 심야 시위 도중 총격으로 2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시위 사흘째인 이날 오후 11시45분쯤 총격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른 저녁부터 시위대 수백명이 커노샤 법원 근처에서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지만 이번 총격 사건은 경찰과는 무관한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총기를 들고 거리로 나선 민간인들이 시위대와 말다툼을 벌였고 주유소 근처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위대와 진압경찰 사이 대치 상황이 아닌 시민들 간의 갈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CNN도 시위 참여자들이 몰려들자 이들의 난동이나 약탈 행위를 우려한 민간인들이 시위대와 맞서면서 총격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장총을 쏘고 이후 총에 맞은 한 명이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커노샤 주민 200여명이 무장 자경대를 구성해 거리에 서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커노샤 카운티의 데이비드 베스 보안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격 사건이 자신의 가게를 지키겠다며 무장한 집단과 시위대 간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총격사건 와중에도 심야 시위는 26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경찰 과잉총격의 피해자 블레이크가 하반신이 마비돼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의 분노에 불을 지핀 탓이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조직적 인종차별과 불의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되지만 손상과 파괴의 길로 계속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커노샤에 배치된 주방위군 병력도 125명에서 250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앞서 지난 23일 이웃 주민들의 말다툼을 말리던 블레이크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쏜 여러 발의 총탄에 중태에 빠졌다. 당시 그의 3, 5, 8세 어린 아들들이 아버지가 총에 맞는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규모 인종차별 항의 시위로 번졌다. 경찰은 가해 경찰들의 이름, 총격 경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