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20㎞]는 ‘20대’ 시선으로 쓴 ‘국민일보’ 기사입니다. 요즘 청춘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담아낼 편집숍이죠. 20대의 다양한 관심사를 [청춘20㎞]에서 만나보세요.
“그때 그 여름을 또 불러줘”
올여름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가수 싹쓰리. 각종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며 가요계를 강타했다. 이들은 음악 외 분야에서도 종횡무진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싹쓰리가 되살린 ‘복고풍’ 추억에 3040은 물론이고 20대까지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20대들에게 복고는 또 다른 의미로 와 닿는 듯했다. 겪어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갈증일까. 옛날 광고에 등장할 법한 소품을 비롯해 복고풍 음악과 놀거리가 인기다. 낯선 것이 주는 묘한 친밀함이 20대가 느끼는 ‘뉴트로’의 매력이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운(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말이다. 즉 젊은 감성으로 재해석한 옛것이다.
요즘 세대들은 어떻게 뉴트로 문화를 즐기는지 20대들에게 물어봤다.
“개성 가득한 소품 좋아요”
대학교 3학년 A씨(23)는 뉴트로 디자인의 소품을 좋아한다. 그는 “꽃이 그려진 섬세하고 고급진 느낌도 좋고, 힙하고 쨍한 느낌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한 느낌의 레트로가 유행하면 좋겠다”며 “20년 전 영국 대학생들이 썼을 것 같은 느낌, 뭔지 아시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간 모아온 뉴트로 소품을 사진으로 보여줬다. 물건을 살 때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시한다는 A씨는 “사진에 있는 꽃무늬 찻잔 세트가 제가 찾던 느낌이다. 여기저기 찾다가 당근 마켓에서 구했다”며 확고한 취향을 강조했다.
“필름 카메라로 ‘갬성’ 표현해요”
휴학생 B씨(23)는 “뉴트로 제품에서 2000년대 초 감성이 느껴져 어릴 적 추억에 잠긴다”며 “촌스럽고 투박한 것 같지만 개성이 있어서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특히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뉴트로 감성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필름 카메라를 하나 장만했다.
필름만의 감성 때문에 카메라를 샀다는 B씨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와는 다른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필름 카메라가 다시 유행하면서 현상소가 많이 생겼는데, 현상 절차도 단순하고 빨라졌다. 필름을 스캔해서 디지털 파일도 제공해 준다”며 “사진을 아날로그로 찍었지만 디지털로 소장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편리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때면 평소보다 신중하게 셔터를 누른다. 롤 하나마다 사진 개수가 정해져 있어서다. 이에 B씨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도 뉴트로 왔으면”
대학교 3학년 C씨(23)는 뉴트로 문화가 생겨나길 바라는 분야로 스포츠를 꼽았다. 평소 운동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는 그는 “예전에 대학 농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그때의 열기와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그 느낌이 다시 살아나면 좋아할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뉴트로 문화에 SNS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유행하던 것을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느끼면 새 유행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예전에 트렌드였던 것들이 지금 다시 봐도 어색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살아본 시절과 최신 기술의 만남”
D씨(24)는 “유행은 20년 정도 주기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런데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고 최신 기술과 결합하는 식으로 새로워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에 있는 사진 스티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꾸미는 스티커를 즐겨 쓰는데, 요즘은 레트로 디자인에 매력을 느낀다. 이런 스티커들은 과거 유행하던 ‘싸이월드’나 오래된 게임기 등의 화면을 닮았다.
이어 D씨는 “뉴트로를 좋아하는 이유는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향한 동경이 좀 섞여 있다”면서 “앞으로 정말 구식의 플립 핸드폰이 다시 유행하면 좋겠다. 삼성 ‘Z플립’ 같은 것보다도 말 그대로 구식의 모토로라 감성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옛날 노래가 몰입감 최고죠”
인턴 생활 중인 E씨(24)는 오래된 발라드 노래를 즐겨 듣는다. “옛날 발라드는 뮤직비디오 스토리가 누구 하나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다”며 “그런 강한 감정 때문에 몰입감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싹쓰리 보니까 가수 쿨 느낌처럼 밝고 즐거운 음악도 예전 감성을 살리기에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10년이나 15년쯤 뒤에는 소녀시대 노래가 옛날 노래로서 엄청 인기를 얻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통하는 코드로 만났다”
한 대학생(24)은 뉴트로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옛날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인데 이럴 때는 엄마랑도 코드가 통한다”고 답했다. 엄마의 20여년 전 대학생 시절과 지금 대학생인 20대가 같은 지점에서 통했다는 뜻이다.
싹쓰리가 불러일으킨 복고의 추억도 그렇다.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와 그때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모두 설레게 했다. 10년, 20년쯤 뒤에는 또 어떤 것이 ‘뉴트로’라는 이름으로 그때 사람들의 취향을 사로잡을까.
서지원,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