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불꽃X리셋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높여야”

입력 2020-08-26 18:00 수정 2020-08-27 15:27
추적단 불꽃 SNS 캡처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퍼진 해시태그다. 시민 단체 리셋과 추적단 불꽃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할 것을 예고하면서 양형기준이 국민 법 감정에 부응할지 주목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한 시민 단체 리셋과 추적단 불꽃이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문조사 결과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27일 전달한다고 26일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문조사는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약 3달간 진행됐고 유효 응답자는 7509명이다. 응답자 98.8%가 사법부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고, 99.8%가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주장에 동의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양형위원회와 사법부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묻는 주관식 질문(응답자 4496명)에 가중처벌과 형량 강화 등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 (형량 언급 1901명, 처벌 언급 1589명, 가중 언급 344명, 중한 언급 197명 등)

응답자의 67.7%는 법관들 간 형량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었다. 성별에 따라 형량 차이가 난다는 응답은 1043명이었고, 성인지감수성·젠더감수성을 언급한 응답자는 약 400명이었다. 이밖에 감형 사유가 자의적이라거나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응답, 형량이 가볍다는 응답,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응답 등 선고형량이 낮다는 의견이 나왔다.

리셋과 불꽃은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경우에는 감경 등의 이유로 법정형보다 낮은 형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국민의 공분이 있었다”며 “기존 형량 관련 설문조사 결과 기존에 마련돼 있던 법정형 그 자체부터 국민의 법 감정과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솜방망이 처벌의 주 책임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는 7509명 중 7246명(96.5%)이 판사가 주체라고 응답했다. 또 91.4%가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양형자문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양형자문단이 필요한 이유로는 국민의 법 감정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양형자문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응답자들은 대부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자주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리셋과 불꽃은 “판결에 대한 불신과 시대 변화에 도태되는 사법부 및 양형기준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며 “판사들과 현 양형위원회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사법부의 구성이 중년 남성들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했다. 20대가 5586명(74.4%)으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1109명(14.8%)으로 그 뒤를 이었다. 30대 648명(8.6%), 40대 99명(1.3%), 50대 36명(0.5%) 60대 이상 21명(0.3%)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 10명은 연령대를 확인할 수 없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