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미국도 “러, ‘푸틴 정적’ 나발니 독극물 사건 조사해야”

입력 2020-08-26 17:47 수정 2020-08-26 18:18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니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 병원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중독 징후가 발견됐다는 독일 의료진의 발표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독일 의료 전문가의 예비 결론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그 보도가 정확하다면 미국은 EU의 포괄적 조사 요구를 지지하고,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발니의 가족과 러시아 국민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가 실시되고 관련된 자들이 책임을 지는 것을 지켜볼 자격이 있다”면서 “우리의 의견은 나발니의 가족과 같으며, 그의 완전한 회복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독일 의료진의 결론은 나발니가 시베리아에서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에 대해 지체 없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U는 나발니의 목숨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나발니는 범죄행위의 피해자다. 프랑스는 러시아 정계의 주요 인사에게 자행된 범죄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배후세력을 규명하고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와 가족들에게 건강과 망명, 보호조치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사건을 둘러싼 상황이 완벽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나발니는 지난 20일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발리는 탑승 전 공항의 카페에서 음료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혼수상태에서 지난 22일 독일로 이송된 나발니에 대해 현지 의료진은 “신경작용제와 살충제에 사용되는 성분인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 활성물질 그룹에 속한 어떤 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옴스크에서 진행된 나발니의 검체에 대한 콜린에스트라아제 억제제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었다”면서 “독일 의사는 제2, 제3, 제4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어야 했다. 한 가지 가능성(중독)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건 지금 단계에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