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학생 2명 중 혐의를 인정한 피고인이 그동안 혐의를 줄곧 부인해 온 공범의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당시 모습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26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고은설) 심리로 열린 이 사건 4차 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군(14)은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서 공범 B군(15)이 제안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군은 범행 당일 “B군이 ‘그때(1주일 전) 이야기했던 거 할래’라고 말하기에 ‘알겠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검사가 “당시 그 말이 술 먹고 성관계를 한번 하자는 말이었냐”는 물음에 A군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A군은 또 B군과 번갈아 가며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시도할 당시 “B군의 범행 장면을 봤다”며 그 모습도 상세하게 밝혔다. 앞서 B군은 첫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A군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성폭행을 시도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A군은 또 사건 발생 이후 B군이 “경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말라”는 회유도 했다고 주장했다.
A군과 B군은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인천시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여학생(14)을 불러 술을 먹인 뒤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하려 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최근 특수절도 및 공동폭행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이들 사건은 이날 성폭행 사건과 병합돼 함께 재판이 진행됐다.
A군은 성폭행을 했고, B군은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보강 수사 결과 A군이 범행 당시 갖고 있던 휴대전화에서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촬영했다가 삭제한 기록도 발견됐다.
앞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A군 등의 범행 모습이 담긴 아파트 CCTV 일부 영상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