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소진했는데 ‘가족돌봄휴가’ 적극 쓰라니… 속타는 맞벌이

입력 2020-08-26 17:25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정에서 용산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신입생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수도권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에 돌입했지만 보육 부담을 떠안은 맞벌이 직장인은 퇴사까지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가족돌봄휴가를 적극 활용하라고 독려하면서도 휴가와 지원급 지급 기간을 늘리진 않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6일 “가족돌봄휴가 지원급 지급 기간(10일)을 연장할 계획이 없다”며 “남녀고용평등법상 가족돌봄휴가는 10일까지만 허용해 정부 지원금 지급도 10일이 한도”라고 말했다. 이어 “10일 이상 휴가를 쓸 수 있는 사업장은 노동 환경이 비교적 나은 사업장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의 우선 순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노사 협의로 휴가를 늘릴 순 있지만 지원금을 더 줄 순 없다”고 덧붙였다.

가족돌봄휴가는 노동자가 가족·자녀 등을 돌봐야 할 때 하루 단위로 최대 10일까지 휴가를 쓰도록 한 제도다. 만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 자녀, 만 18세 이하의 장애인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학교·장애인 복지시설이 휴원·휴교·개학연기·원격수업 등을 하면 사용할 수 있다. 1인당 하루 지원금은 5만원으로 맞벌이 직장인은 최대 100만원까지 받는다.

가족돌봄휴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청이 몰렸다.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12만7782명이 가족돌봄휴가 지원금을 신청했다. 이 중 11만8606명이 약 404억원을 받았다. 고용부는 1학기까지만 지원금을 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을 고려해 9월 30일까지 지원키로 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원격수업 전환으로 돌봄 걱정이 다시 커지고 있다”며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독려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족돌봄휴가 10일을 모두 소진한 맞벌이 직장인이다. 다음 달 11일까지 수도권 유치원과 학교에서 매일 원격수업을 하는데 당장 어린 자녀 보육이 걱정이다. 학부모 A씨(37)는 “가족돌봄휴가 10일을 다 소진했는데 갑자기 전일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막막하다”며 “전환 지역에 한해서라도 휴가 기간과 지원금 지급을 늘려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직장인이 온라인 카페에 '가족돌봄휴가' 기간 확대를 호소하며 남긴 게시글. 이미지=네이버 카페

맘카페를 중심으로 가족돌봄휴가를 모두 소진한 학부모들의 불만도 쇄도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원격수업을 스스로 할 수가 없는데 가족돌봄휴가는 이미 소진했다”며 “일을 그만두자니 생계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도 상당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유급 가족돌봄휴가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노동 전문 대학교수는 “정부가 가족돌봄휴가를 모두 소진한 노동자를 위해 국회에 계류된 신설 법안 통과를 지원한다지만 원격수업을 시작한 마당에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법안 통과만 기다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가족돌봄휴가를 연장하는 기업의 지원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