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직접 설명할 방침이다. 지난 17일과 24일 2주 연속 병원을 방문한 뒤 ‘건강이상설’이 확산되는 데 대한 대응 조치다.
교도통신 등은 26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이 성사될 경우 정기국회 폐회 다음 날이었던 지난 6월 18일 이후 71일 만이다.
최근 일본 정가에 총리 사퇴 임박설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라 아베가 기자회견에서 어떤 내용의 발언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오랜 시간 앓아온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사임 발표가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일본 언론사는 아베의 갑작스러운 사임 선언에 대비해 특집기사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들도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전날 “집권하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평화헌법의 근간인 9조의 4개 항목을 고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교전권과 전력 보류를 제한하는 평화헌법을 개헌하는 일은 일본 우익 세력의 오랜 염원이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이달 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 상공을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아베 총리 기자회견이 건강이상설 불식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주장도 많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교도통신에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서 “건강하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건강 상태에 대한 언급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새 정부 지침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정부가 올가을부터 독감이 유행할 것을 대비해 새로운 패키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르면 이달 말 코로나19대책본부 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하며 이후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설명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셈이다. 아베 총리가 첫 집권 당시였던 2007년 9월 건강 문제로 사의를 표했을 때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건강을 이유로 섣부르게 사의 표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