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위임 통치’와 ‘전권 행사’ 해석을 두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고개를 내저은 가운데 “남한 고위 당국자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CNN은 ‘김 부부장이 2인자나 후계자의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지난 25일 발언을 소개한 뒤 “다른 고위 당국자들의 평가와 대치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이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지만, 같은 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 부부장이 조직지도부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냐’는 질문에 동의했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과 인민군 모든 부서를 검열·통제·간섭할 수 있는 핵심부서다.
앞서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은 북한 국정운영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 부부장 등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부장이 아직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남·대미 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위임 통치를 하고 가장 권한을 이양받은 게 많다고도 했다.
CNN은 이 장관, 정 장관과 같은 현역 정부 관료들이 특정 첩보를 두고 공개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이 북한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인 조직지도부의 책임자라면 그의 위상과 권력이 높아졌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CNN은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아주 작은 단서로 정세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자 사이의 이견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풀이했다. 또 두 장관이 이견을 보이지만 ‘와병설’이 불거졌던 김 위원장이 아직 북한 내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