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바비’ 근접 제주… 강풍에 나무 뽑히고 폭우까지

입력 2020-08-26 16:50
제8호 태풍 '바비'가 제주 서쪽 해상을 통과 중인 26일 제주시 노형동 인근에 쓰러진 가로수를 경찰이 안전조치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26일 오후 제8호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을 받은 제주도는 300㎜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최대 순간 풍속이 36m가 넘는 강풍이 불어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가 강도 ‘매우 강’의 위력을 유지하며 이날 오후 3시쯤 서귀포시 서쪽 해상 190㎞로 가장 근접하면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오후 2시 기준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윗세오름 36.4m, 제주공항 32.7m, 새별오름 32.2m, 삼각봉 31.8m, 지귀도 30m로 나타났다. 강수량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사제비 360.5㎜, 삼각봉 319.5㎜, 윗세오름 276㎜, 영실 235㎜ 등을 기록했다.

태풍 피해도 속출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낮 12시50분까지 운항 예정이던 항공편 463편(출발 231편·도착232편)을 줄줄이 취소했다. 오후 6시 이후 운항 계획이 잡혀 있던 진에어도 운항을 취소했다. 바닷길에서는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한라산 입산도 금지됐다.

이날 강풍으로 인해 제주시 도남동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연북로지점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쓰러지면서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량이 급정거하면서 충돌했는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조치가 이뤄졌고,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돼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우수관도 폭우로 역류했다.

8호 태풍 '바비'가 제주 서쪽 해상을 통과 중인 26일 제주시 노형동 한라대학교 인근 도로에 고인 빗물을 경찰이 출동해 안전조치 하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고,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아파트 외벽이 강풍에 뜯어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가로수가 꺾여 도로에 쓰러지고, 안전펜스가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과 간판이 떨어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7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261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261가구 중 69가구만 복구됐으며 나머지 가구는 아직 복구 중이다.

해상에는 제주도 남쪽 먼바다 6.2m, 제주도 앞바다 5∼6.9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제주도 육상과 해상 전역에는 태풍 특보가 내려져 있다.

기상청은 27일 새벽까지 태풍 영향으로 제주 육상에 바람이 최대 순간풍속 초속 40∼60m까지 불 수 있다고 예보했다. 최대 순간풍속 60m는 역대 태풍 중 가장 바람이 강했던 2003년 매미(최대 순간풍속 60m, 제주시)와 같은 수준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