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당 의원 2명이 지난해 7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국제사회는 홍콩에서 평화시위와 의사표현의 자유가 제한받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FP통신 등은 26일(현지시간) 홍콩 야당 민주당이 람척팅 의원과 테드 후이 의원이 오전에 자택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람 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지난해 7월 6일 툰문경찰서 습격을 모의하고 7월 21일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글이 게시됐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툰먼공원 시위와 관련해 람 의원을 포함해 10여명을 체포한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당 사건으로 이미 40명 가량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반년 넘게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7월 6일 홍콩 주민들은 중국 가수들이 툰문공원에서 시끄럽게 공연한다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추산 18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같은 달 21일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는 흰 옷을 입은 남성 100여명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시위 참여자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경찰의 소극 대응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경찰이 폭력 사태를 공조 내지 사주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으나 진상조사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다.
올 들어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가 거셌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 결국 홍콩보안법이 시행되고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커지면서 거리 시위는 거의 사라졌다.
홍콩 시위 근절을 주목적으로 한 홍콩보안법은 시행 이전 사안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에 체포된 람 의원 등에는 홍콩보안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치와이 민주당 대표는 람 의원 등의 체포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테드 후이와 람척팅에 대한 경찰의 복수라는 쉬운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홍콩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박해하기 위해 어떻게 법을 무기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면서 “어느 누구도 평화시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이어 “홍콩 당국은 위안랑역 사건을 야권 세력을 체포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할 게 아니라 실제 폭력 가해자들을 찾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