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의 49재 날짜와 증인신문 기일이 겹쳐 불출석합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주신씨가 ‘허위 병역비리 의혹’ 항소심을 진행 중인 재판부에 밝힌 증인신문 불출석 사유다. 재판부는 이를 증언거부 취지로 보기 어렵다며 구인장을 발부하지 않고 추가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6일 박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허위로 제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오(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박사 등의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양 박사 등 피고인 7명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시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박씨가 대리 신체검사를 받았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다.
이날 공판은 박씨의 증인신문기일로 지정돼 있었다. 그런데 박씨는 전날 증인 불출석신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씨의 불출석신고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오늘이 박 전 시장의 49재 날이라는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차가 마무리되면 증인신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입장을 보내오겠다고 한다”며 “49재라는 건 재판부도 몰랐고, 그 이유로는 (증인신문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 박사 등 피고인 측은 박씨가 증인신문기일 전날에 이르러서야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부친의 49재 날짜를 알고 있는 박씨가 미리 법원에 사정을 말해 기일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 박사 측 변호인은 “박씨가 49재를 마치고 출국하면 피고인들이 어쩔 방법이 없다”며 “과태료 처분과 함께 구인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피고인은 “이게 소환 거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며 재판부에 날을 세웠다. 피고인 측의 반발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박씨의 마음 속을 추측할 순 없다”며 “고의적인 증언 거부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씨의 다음 증인신문기일은 10월 14일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