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 해고’ 이스타 직원들 “무급휴직 제안했지만 회사가 해고 강행”

입력 2020-08-26 16:01 수정 2020-08-26 16:03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노동자 700명 인력감축 계획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사측이 직원 700여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한 데 대해 “기업해체 수준의 인력감축 계획 철회하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의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재매각을 위해 무급 순환휴직을 통한 고용유지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이마저 무시하고 지난 2월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추가 인력감축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올해 상반기 항공기 9대를 반납한 데 이어 최근 8대를 추가로 반납, 6대만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다른 매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인수 후보자 대다수가 조직 슬림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이달 말로 1200여명인 현재 인력에서 700명을 줄이기로 했다.

노조는 “7개월째 무임금을 버텨왔는데 결국 해고냐”며 “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영진이 체납된 임금 해결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고 노조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구도 ‘10%를 부담할 돈이 없다’며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노사가 갈등을 빚는 또 다른 주요 지점은 구조조정 대상자 선별 기준이다. 사측은 지난 4월 제주항공 M&A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정리해고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아 근로자 대표와 합의한 해당 기준에는 인사평가와 징계, 포상, 근속연한, 부양가족, 장애인 및 보훈 대상자 여부 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노조는 “해당 기준은 지난 4월에 만든 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으며 조종사노조를 포함한 직원 다수가 기준 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특히 현재 회사 내에 업무평가 관련, 서버가 닫혀서 내용을 제대로 볼 수 없는데 회사에 우호적인 세력만 구조조정을 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측은 파산을 막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인수 대상자를 정해 회생 절차를 밟으려면 채무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현재 운항을 멈춰 벌이가 없는 반면 직원들의 임금은 계속 나가고 있다”며 “지난달 말부터 무급휴직을 제안했으나 당시엔 직원들이 반대해 구조조정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8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주관사를 통해 다수의 법인, 사모펀드가 매수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조직 슬림화 등을 통해 회사 가치를 올린 후 최대한 빨리 인수 대상자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 대상자가 정해지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동시에 노선 운항을 위한 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신청할 예정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