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고조되는 것이다.
공화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25일(현지시간) 미국 외교를 진두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연설을 강행해 정치적 중립 논란을 자초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연설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깜짝 등장해 은행 강도를 저질렀던 사람에 대한 사면식을 진행했고, 5명의 이민자에 대한 귀화 행사를 펼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차남 에릭 트럼프, 차녀 티파니 트럼프까지 총출동했다. CNN방송은 “전당대회가 가족 사업이 됐다”는 꼬집었다.
압권은 폼페이오 장관의 지지 연설이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3일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이번 지지 연설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녹화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외교수장인 국무장관이 정파적 활동을 피하는 오랜 관행을 깼고, 게다가 공무인 해외 출장 중에 정치적인 연설을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극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문제)에서 긴장을 낮췄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오게 했다”면서 “(북한의) 핵 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공무 중 정치 활동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7월 미국의 모든 외교공관에 보낸 전문도 그의 발등을 찍고 있다. 그는 당시 전문에서 미국 외교관들을 향해 “당파적인 선거운동이나 특정 정당과 연관된 정치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웃음거리를 자초한 꼴이 됐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조아킨 카스트로 하원 외교위 산하 감독조사소위원장은 “이 사안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소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 국무부가 어떤 도움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국무부에 요청했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개인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연설을 했으며 세금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현직 국무장관이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거의 75년 만”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지지 연설을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은행 강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출소한 이후 재소자 교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존 폰더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했다. 폰더는 이미 감옥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번 사면은 유죄로 인해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이민자 5명에 대한 귀화 행사도 가졌다.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이 귀화 행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해치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인 권한을 자신의 재선 목적에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지지 연설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멜라니아 여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아프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남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감성적인 접근을 한 것이다. 멜라니아 여사의 백악관 연설을 들었던 청중 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드물었던 점도 뒷말을 낳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