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아·비·양준일… 유튜브로 재기한 왕년의 스타들

입력 2020-08-27 06:00
MBC화면캡처

요즘 제2의 전성기는 유튜브에서 시작된다. 섹시 콘셉트였던 배우 고은아는 털털한 일상으로, 왕년의 월드스타는 비는 요즘 감성의 패러디 덕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물갔다’고 여겨졌던 이들의 재기는 기존에는 없었던 유튜브 속 새로운 트렌드에서 시작됐고 공중파로 영향력을 확장하며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유튜브로 재조명되는 스타들이 늘어난 이유는 방송보다 제약이 없어 자유롭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댓글 문화나 다양한 형태의 패러디 등의 놀이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였던 스타들은 가감 없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 팬들의 환호를 부르고, 묻혀있던 콘텐츠는 재미있게 가공돼 풍성해지면서 유행이 재편되고 있다.

유튜브로 들어온 스타들의 진짜 모습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한때 잘 나가던’ 고은아가 출연했다. 유튜브 속 소탈한 방효진(고은아의 본명으로 일종의 부캐릭터)의 모습이 아니었다. 셀럽 고은아와 흔한 옆집 언니 방효진을 넘나드는 그는 “오늘은 일하러 왔다”며 본캐 고은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2004년 17세에 ‘초코파이’ 광고 모델로 데뷔한 고은아는 청순한 매력으로 각종 CF를 섭렵하다 20대 중반부터는 섹시 콘셉트의 여배우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차츰 일이 끊기면서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다.

최근 그가 다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유는 뜻밖에도 동생인 그룹 ‘엠블랙’의 미르(본명 방철용)의 유튜브 출연 덕이었다.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이전의 고은아를 벗어던지고 자연인 방효진의 모습이었다. 후줄근한 녹색 티셔츠에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쇼파에 앉아 문어다리를 뜯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시종일관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은 대중이 알던 고은아와는 완벽히 달랐다. 고은아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모두에게 노출되는 공중파가 아닌 자신의 채널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구독자 앞이라서 가능했다.

유튜브 캡처

곧 고은아의 일상은 공중파 전파를 탔다.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고은아의 야인 생활을 공개했다. 그는 물티슈로 발바닥을 닦는 내숭 없는 모습과 절약이 몸에 밴 짠순이 면모로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매니저로 출연한 언니 방효선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재기에 성공한 고은아가 오랜만에 화장품 광고 촬영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잘하는 친구가 ‘은퇴해야 하나? 끝난 거 같아’라고 했었다”며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했을지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고은아는 “남동생이 가끔 ‘내가 고은아 재기시켰어’라고 장난을 치는데 그 감사함을 너무 잘 안다”며 “남동생 아니었으면 여기 못 앉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속 놀이 문화 ‘밈’으로 강제 소환된 스타들

유튜브 캡처

비(본명 정지훈)는 밈(MEME) 덕분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밈이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맥락 없이 소비하면서 역주행시키는 네티즌의 놀이로 짤, 유행어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2000년대 초반 월드스타로 불렸던 가수 겸 배우 비 신드롬은 2017년 발매했던 ‘깡’에서 시작됐다.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혹평이 쏟아졌던 곡이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호박전시현’의 깡 패러디 영상은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급기야 ‘1일 1깡’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때만 해도 희화화에 가까웠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비아냥거렸으나 어느새 깡 챌린지, 깡 리액션 등을 업로드하며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깡 신드롬이 선망으로 급커브한 결정적 계기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부터다. 비는 “그게 뭐 대수냐”는 식으로 심드렁해 하면서 “1일 3깡 정도는 해야 하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중의 조롱은 찬사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비룡이라는 부캐를 얻어 린다G(이효리), 유두래곤(유재석)과 함께 혼성그룹 ‘싹쓰리’로 데뷔해 가요계 정상을 찍었다.

밈은 장르와 시기에 무관하게 추억 속 콘텐츠를 다시 불러내고 화력을 더하고 있다. 가수 양준일과 배우 김영철, 김응수가 밈으로 화제가 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