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만년 하위팀 한국전력이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 2연승을 거뒀다. 포지션별로 보강한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는 데다 어린 선수들까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올 시즌 성적을 기대케 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KOVO컵 남자부 B조 조별리그 2차전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 0(27-25 25-19 25-21)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틀 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3대 1로 승리한 것까지 포함하면 이 대회 2연승 째. 지난 시즌 11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6승26패(승점24)로 V-리그 최하위에 머문 걸 생각하면 일취월장한 모습이다.
OK저축은행전에서 빛난 건 새로 영입한 외국인 레프트 카일 러셀이다. 러셀은 블로킹 2개와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총 32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만 70%에 달했을 정도로 이날 러셀은 압도적이었다. 상무전 1세트 초반 컨디션 난조로 교체됐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2020-2021시즌 한국전력은 라이트에 박철우(199㎝)를 영입하며 러셀(205㎝)과 함께 날개 공격진을 구성했다. 더욱 높아진 좌우 날개를 적절히 활용해 공격진의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게 컨셉이다. 러셀이 연착륙하고 있는 데다 박철우가 상무전 15득점 OK저축은행전 10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레프트 유망주 이승준까지 상무전 21득점을 올리며 고무적인 활약을 보여줘 세터 김명관과 공격진들의 호흡이 더 맞아 들어간다면 한국전력의 공격력은 더 극대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비다. 장병철 감독이 “지난 시즌 수비 연결 동작이나 블로킹, 공격을 커버하는 개인 동작이 잘 안 됐는데 그 부분에 집중해 훈련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전력엔 수비력이 고민이었다. 게다가 지난 3년간은 라이트로 뛰어온 러셀이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경우 수비력 부족은 더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레프트 이시몬 영입은 ‘신의 한 수’였단 평가다. 한국전력은 수비 보강을 위해 이적시장 때 OK저축은행에서 뛰던 이시몬을 영입했다. 이시몬은 바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고 있다. 모든 팀이 KOVO컵 두 경기를 치른 가운데 수비 1위(세트당 평균 5.714개) 리시브 1위(효율 60.87%)에 올라 있을 정도다. 장 감독도 “(이시몬이)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 재치 있는 플레이, 수비 연결 부분에서 100%를 해주고 있다. 팀 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여기에 부족한 센터진을 메우기 위해 약 7주 만에 20㎏이나 감량하며 6년 만에 복귀한 안요한도 블로킹 1위(세트당 평균 1.143개)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장 감독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한 걸 고맙게 생각한다”고 따로 고마워할 정도. 센터 조근호나 김명관(195㎝)도 쏠쏠한 블로킹 득점을 올리고 있고, 안우재(상무)까지 오는 11월 제대한 뒤 가세할 예정이라 한국전력의 전력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전력이 계속해서 변화된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국전력은 27일 조별리그 3차전 우리카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