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아카데미, 세계 영화제 화두 된 ‘젠더 감수성’

입력 2020-08-26 13:01
올해 베를린영화제 시상식장 건물. EPA연합


세계 영화제에 ‘젠더 감수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양성’과 ‘포용성’ 기준이 추가된 데 이어 베를린 영화제도 내년부터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구분해 시상하지 않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베를린 영화제 주최 측은 은곰상인 최우수 주연상을 기존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성 중립으로 최우수 주연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우수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 역시 최우수 조연상으로 통합된다. 베를린 영화제 측은 “영화계에서 성인지 의식을 더 개선하기 위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1951년 시작된 베를린 영화제는 칸 국제영화제, 베네치아 영화제, 모스크바 영화제 등과 더불어 세계적 권위의 국제 영화제로 손꼽힌다. 베를린영화제 주최 측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 영화제를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베를린영화제는 초대 집행위원장 이름을 딴 알프레드 바우어상도 폐지하기로 했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기법을 도입한 감독인 알프레드 바우어는 나치에 부역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의 시상 방식 변경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또 다른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들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시상 기준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지난 6월 새 수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6월 밝혔다. 이들이 밝힌 수상 기준 변경의 포인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아카데미상은 그간 흑인 등 유색인종과 여성이 만들고 주연한 영화를 외면해 ‘백인 남성 잔치’라는 오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흑인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단 6차례였으며, 수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등을 석권했지만, 당시 시상식에서 연기 분야 후보에 오른 흑인 배우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새로운 시대 패러다임에 맞는 수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