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까지 가서 방문판매 업체를 왜 다녀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까요?” “왜 마스크는 쓰지 않고 헬스장과 사우나를 하루 두 차례 꼬박꼬박 다니고, 인근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순천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서울 방문판매 업체를 다녀와 청정지역이던 전남 순천에 ‘코로나19’ 회오리를 몰고 온 순천 5번 확진자인 70대 여성과 이 여성으로부터 확진된 순천 15번 확진자인 40대 여성이 ‘노마스크’로 매일 하루 두 차례 헬스장과 사우나, 인근 식당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이들로 인해 순천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엿새 동안 총 3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헬스장과 사우나, 식당을 돌아다닌 15번 확진자와 접촉해 확진된 헬스장 이용객만 13명이다.
특히 이들과 확진자 동선이 겹쳐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체를 채취한 뒤 수일간 자가격리된 순천시민은 1만여 명을 넘어섰다. 이는 순천시 전체 인구의 약 4%에 해당된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의 경각심을 가진 시민들은 직장과 자택, 최소한의 생필품 구입 등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고 나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외식과 모임 문화가 뜸해진 식당가는 울상이다.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순천 도심의 먹자골목으로 불리는 조례동과 연향동은 물론 대형식당 등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있다.
조례동의 한 대형식당 관계자는 “직원이 7~8명이고, 한달 매출이 8000만원 정도 되는데 지난 주말인 22일에는 5팀 밖에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직원들 급여며, 월세는 어떻게 충당해야할지, 이대로라면 한달에 2000만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다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다. 순천시의 행정명령 발동에 따라 지역의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 집단운동(줌바, 태보, 스피닝 등), 방문판매, 목욕탕, 사우나, 게임장, 오락실, 뷔페, PC방, 학원, 체육시설, 키즈카페 등이 문을 닫았다.
허석 순천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상황 해제 시까지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시 보건당국은 대다수 추가 확진자가 순천 15번 확진자인 ‘노마스크’의 40대 여성이 다녀간 청암휘트니스앤스파에서 운동한 13명, 이 여성과 모임 및 식사를 한 2명, 베스트병원 관련 1명으로 파악하고 정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 15번 확진자인 40대 여성 A씨는 서울의 한 방문판매 업체를 다녀와 ‘순천발 코로나’를 몰고 온 순천 5번 확진자인 70대 여성의 지인으로 산책 등을 같이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2일 확진 전까지 지난 18일~20일 사이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4시간여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헬스장과 사우나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다닌 헬스장과 사우나 시설인 청암휘트니스앤스파에 대한 책임 소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우나 출입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검사를 실시해야하며, 헬스장 이용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스파 측의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A씨의 가족 외 밀접접촉자 30여명 등 총 380여명이 접촉한 것으로 보고 헬스장 이용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진단검사를 벌이고 있으나, 추가 확진자가 지속으로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A씨의 배우자, 자녀 2명은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 아닌 ‘순천 코로나’의 혼돈은 서울의 한 방문판매 업체를 다녀온 뒤 지난 20일 확진된 순천 5번 확진자인 70대 여성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여성으로부터 확진된 그의 아들이 다녀간 순천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 업주와 이용객 등 5명이 22~23일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노마스크’로 ‘순천 코로나’ 확산의 ‘핵’이 된 순천 5번 확진자인 A씨도 22일 오후 10시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2차 감염자로부터 식당 업주와 베스트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60대 남성,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 식사하면서 업주와 접촉한 50대 여성도 23일 감염됐다.
순천시는 청암휘트니스앤스파와 관련한 A씨의 접촉·확진자의 규모 여부에 따라 5, 6차 감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정밀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순천시 보건소 직원 1명이 검체 채취과정에서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선별진료소 비상근무 중 직원 2명이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
허석 순천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발동되면 거의 모든 집회·모임이 금지되고, 대부분의 자영업이 경제적 타격을 입어 시민 일상생활이 제한된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철저히 준수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시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