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당첨자 쏟아진 고시원… 사실은 위장전입 명소

입력 2020-08-26 17:31

지난해 수도권 한 지역에서 고시원 입주자 18명이 주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고시원 거주자가 아니었다. 그 지역 아파트 청약 우선 순위를 받기 위해 고시원에 이름만 걸어둔 이들이었다. 청약시장 교란 행위인 셈이다.

이들 18명 고시원 주민들은 고시원 업주가 돈을 받고 위장전입을 받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청약 지역 거주자 우선순위를 얻기 위해 살 생각도 없으면서 고시원에 주소를 옮긴 이들이다.

국토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이들 중 5명 위장전입자와 고시원 업주를 입건하고 나머지 청약 당첨자 13명의 위장전입 혐의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26일 밝혔다.

브로커가 장애인 등 특별공급제도 악용, 프리미엄 챙겨


장애인 등 특별공급제도를 악용해 부정청약을 주선한 장애인단체 대표도 입건됐다. 한 장애인 단체 대표는 2017년쯤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 총 13명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겠다며 접근했다. 이들 명의를 빌려 브로커를 통해 수요자에게 아파트 특별공급을 알선했다. 대표는 그 대가로 당첨자들이 아파트를 전매해 얻은 프리미엄 중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온라인 카페에선 집값 담합을 부추기는 사례가 일어났다. 올해 상반기 한 수도권 아파트 주민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XX아파트 33평은 00억 이하로 내놓지 마세요” 등의 게시글을 작성한 혐의로 입건됐다. 중개사들이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다른 중개사를 배제하다가 담합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30세 남성이 아버지 법인 배당금 편법 활용하기도


법인 대표 자녀이자 주주인 30세 남성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아버지 법인에서 받은 배당소득 7억5000만원을 쓴 것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배당소득은 그가 소유한 실제 보유 지분을 크게 초과했다. 대응반은 법인 대표인 아버지가 그의 배당금을 아들에게 편법 증여한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한 여성은 용산의 한 아파트를 언니로부터 11억5000만원에 구입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아파트는 6개월 전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대응반은 특수관계인 간 저가 거래로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같이 대응반이 적발해 국세청에 인계한 탈세 의심 사례는 555건이다. 이 중에서 가족 등 특수관계간 탈세는 458건, 법인 탈세는 79건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로 주택 구매해

한 제조업체는 대구 수성구에 22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상호금융조합에서 법인사업자 대출 13억원을 받아 활용했다. 의료업을 하는 한 개인사업자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70억원 상당 아파트를 매수했다. 그는 저축은행에서 의료기기 구입목적 등을 위한 용도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26억원을 집값에 보탰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용도외로 사용한 것이다.

대응반이 대출규정 위반 등으로 금융당국에 넘긴 이상거래는 37건이다. 이들 중 규제지역 주택 구입 목적의 기업자금 대출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14건이다. 대출금을 용도외 유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것은 22건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